(김유경 기자 = digitaljh@chosun.com) [요리하는 기자의 푸드인사이드] 세계 3대 요리 대회, 보퀴즈도르에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다
보퀴즈도르(Bocuse d'or) 는 세계 3대 요리 대회 중 하나로 요리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권위 있는 대회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주최되는 국제행사로 수많은 스타셰프들의 스승이자 요리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폴 보퀴즈(Paul Bocuse)의 이름을 딴 요리 대회다. 이 대회는 각 나라의 조리법을 이용해 최고의 맛을 선보이는 국가 대 국가의 경기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미식수준을 보여주는 자존심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회는 2년에 한번씩 6월~7월에 열리는데, 대륙 별로 예선 경기를 치러 요리계에서 주목을 받거나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를 선발하고, 프랑스 본국에서 본선 경기를 치른다. 선발 기준은 각 나라의 전통 조리법이 담겨 있어야 하고, 주어진 5시간 35분 내에 재료의 가장 맛있는 맛을 뽑아내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예술적인 테크닉이 구현되어야 한다.
매 경기마다 미션이 주어지는데 올해는 호주산 양고기와 연어를 이용해 따뜻한 상태로 각 10접시를 만들어야 한다. 고기와 생선 모두 세 가지의 가니쉬(곁들임 음식)가 있어야 하는데 생선요리의 경우 세가지 가니쉬 중 한가지에는 반드시 그 나라의 색깔이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독, 코치, 셰프 그리고 보조셰프 (코미; Commis)가 한 팀이 되어 대회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긴밀한 협동심을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 힐튼호텔 박효남 이사를 시작으로 매 경기마다 능력이 있는 셰프들이 팀을 이루어 출전하고 있다. 올해로 대한민국은 네번째 출전하고 있으며, 아트스쿨 김동기 셰프와 서서울고등학교 추현준 학생이 보조셰프로, 아트스쿨 김동석 감독과 호서전문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이상민 코치와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한다. 대한민국팀은 6월 26일 (목) ~ 27일 (금)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보퀴즈도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을 위해 올해 초부터 꾸준히 준비해 오고 있다.
기업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2012년 보퀴즈도르에 참가했던 김동석 감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북유럽 국가의 경우 많은 기업과 정부의 후원해주기 때문에 재료뿐만 아니라 본인이 쓰던 모든 요리 도구, 냉장고 등을 트럭에 통째로 실어서 보조 스텝과 함께 경기장으로 운반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현직에 있는 유명 셰프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대회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급여를 준다. 또, 해외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많은 참가국이 경기가 시작되기 일주일전부터 숙박을 하며 현지 적응 훈련을 한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스리랑카와 같은 국가도 수많은 스폰서가 따라 붙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참가비부터 연습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 브로슈어, 항공비, 숙박비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 어깨에 붙이는 태극마크도 모두 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지인들과 다른 요리사들의 도움으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많은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두툼히 받고 출전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쉬운 마음만 남는다고 말한다. 전 국가대표 셰프 김동석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는 한 나라의 미식수준을 보여주는 국제 행사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