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기자, 김유경의 푸드인사이드] 대한민국 최초의 멤버십 와인바 더 젤,대중에게 빗장을 풀다

 
(김유경 기자 = digitaljh@chosun.com) 1992년 국내 최초 전문 와인, 서양식료품 전문샵으로 오픈한 더 젤은 2002년부터 멤버십제로만 운영하다가 작년 10월부터 일반인들에게도 빗장을 풀었다. 멤버십만으로 운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고,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멤버십 회원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가입비가 없는 일반회원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파인다이닝도 시작하면서 전문 와인샵에서 로맨틱한 와인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넓은 창문을 통해 남산이 바로 보이는 경리단길 언덕에 위치하고, 지하 1층에서 4층 루프 탑까지 건물 전체가 보석 같은 와인으로 가득 차있어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인정한 우리나라 최고의 와인전문점이다.

더 젤, 아침 이슬이 맺혀있는 청아한 포도 빛으로 물들다
 
지난 5일, 더 젤의 외관과 내장 인테리어가 크게 달라졌다. 전에는 어두운 빛깔의 빨간 벽돌로만 되어있고,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빗장을 풀면서 외관과 입구를 눈에 띄는 포도색깔로 칠하기 시작했다.

더 젤이 포도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도움을 준 미래트렌드 전문가 찰스안은 “색이라는 것은 색 자체로 기억되지 않는다. 추억이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와인 레스토랑 더 젤은 아침이슬이 맺혀있는 포도송이 색깔을 떠올릴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이다. 반대로 더 젤을 떠올리면 포도송이 색깔이 떠오를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더 젤 이제춘 대표는 “보라색은 왕족을 뜻하는 품위 있는 색깔이기 때문에 더 젤에 오는 고객들은 모두 와인의 품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중섭의 소, 칡소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이제춘 대표는 2005년에는 프랑스 샤블리, 2006년에는 프랑스 부르고뉴 기사작위를 수여 받고 재계 정계인사들에게 와인조언을 권하는 와인전문가이다. 까다로운 입맛으로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음식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그는 ‘칡소 스테이크’를 더 젤의 대표 음식으로 권한다. 칡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중섭의 소에 나오는 우리나라 전통 얼룩소다. 우리나라의 전통 소는 한우, 흑소, 칡소로 총 세 종류인데 한우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소이고, 흑소는 일제시대 일본으로 전해져 ‘와규’라고 불리는 일본식 고급종이 되었다.

칡소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가 간신히 그 종을 유지해 오로지 약 천 마리만 길러지고 있는 고급 품종이다. 강원도 대관령 목장에서 방목으로 자라고 있는 이 소는 오로지 더 젤에서만 만날 수 있다. 질감의 차이는 ‘한우가 나무 각목을 자르는 느낌이라면 칡소는 비단을 자르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에서 사라지는 그 풍미는 섬세한 탄닌의 피노누아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