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기자 = digitaljh@chosun.com) 지난 4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했을 때 일본정부가 준비한 ‘스시외교’가 눈길을 끌었다. 일본 하면 ‘스시’가 떠오르고, 전 세계에서 스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외교의 방책으로도 쓰인다.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김치나 불고기 등을 대표음식으로 알리고 있지만 이를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해 한식으로 외교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 20년간 정통일식을 고수해온 보리스태번 조재범 셰프는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지역이름으로 브랜드화하라’
조재범 셰프는 “오사카 타코야끼(문어구이), 교토 마차(녹차), 나고야 텐무스(새우튀김 주먹밥)처럼 일본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나 음식 앞에 지역 이름을 붙인다. 그래서 그 지역은 특산물에 대한 정확한 색깔이 있고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에 대해 브랜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재범 셰프는 20년동안 스시와 사시미를 해온 스시고수로 제주도와 완도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15년간 거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류와 난류가 겹치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특히 남해는 심해가 낮아 어떤 나라보다 맛있고 다양한 품종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리츠칼튼 하나조노, 63빌딩 와꾸, 홍대 도모, 기요스시, 스시선수 등 업장을 다양하게 옮겨도 맛은 한결같이 좋다. 그래서 제주도 전복, 완도 오징어 같이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대표 특산물을 지역이름과 함께 브랜드화 시키면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고, 나라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던일식 속에 한식의 맛을 넣어라’

외국인에게 일식을 말하면 고개를 다들 끄덕거리지만 한식을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한식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일식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고, 한식이라고 하면 김치를 떠올려 맵고 짠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재범 셰프는 “눈으로 보기엔 일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한식 재료를 넣어 한식에 대한 친근감을 올려야 한다”고하며 칠리소스와 고추장소스를 곁들인 볼락구이를 준비했다(사진). 볼락은 남해나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흰살 생선으로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조셰프는 여기에 칠리소스와 고추장소스로 양념을 만들었는데 은근하게 느껴지는 고추장이 쫀득한 볼락의 맛을 더 살려준다. 처음부터 마늘, 고춧가루, 된장이 듬뿍 들어간 한식보다 일식처럼 보이지만 한식재료를 활용해 소프트 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모던일식으로 펼치는 또 다른 요리세계’ 

조재범 셰프는 이 전 업장에서 손님의 취향에 따라 주방장이 메뉴를 제안하는 오마카세를 전공으로 해왔다. 그래서 그들의 취향뿐만 아니라 그 날의 기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제안하며 배를 두드리며 손님들이 만족스러운 식사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런 그가 보리스태번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동안은 전통일식을 고수해왔다면 이제는 한식을 일식에 넣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고 있다며 설렌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보리스태번 이승희 대표와 16년 전 홍대 도모에서 만나 일식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승희 대표는 “보리스태번은 코스도 있지만 단품으로 주문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모던일식 레스토랑이다. 그래서 정말 맛있는 메뉴를 만들기 위해 조재범 셰프와 직접 메뉴 구상을 하는데, 내공이 뛰어난 셰프이기 때문에 동기부여만 해주면 획기적인 메뉴를 금새 만들어 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올해 3월에 오픈해 모던일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브랜드를 정착시키고 난 후 일식과 한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모던 일식&한식레스토랑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