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덴바움뮤직에 참여한 음악가(왼쪽부터 원형준 대표, 김혜옥 연세대 교수, 이경선 서울대 교수, 김정권 부산대 교수, 김세일 테너)

(김지현 기자 = bombom@chosun.com) “음악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고 평화 의제를 확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오케스트라 ‘린덴바움뮤직(Lindenbaum Music)’은 대학 교수 등 수준급 연주자들이 2009년 결성한 단체다. 창립 직후 세계적인 지휘자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와 협연하는 등 국내 젊은 음악인들과 글로벌 유명 음악가들의 교류를 추진해 왔다. 린덴바움을 이끄는 원형준 대표에게는 남다른 목표가 있다. 올해 안에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원 대표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다. 37세의 젊은 연주자인 그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개성 출신이었던 조부(원경수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가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기억 때문이다. 조부는 명절 차례상엔 증조할머니의 술잔을 꼭 놓아 두었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분단에 대한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는 마지막 세대라고 봅니다. 통일이 이슈화되는 현재가 한반도 화합 연주의 적정기라고 생각해요. 또 합주는 서로의 소리를 듣고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남과 북의 젊은 세대가 훌륭한 음악을 이뤄내면 분명히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2010년부터 추진해 온 그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0월 1일 판문점 초청으로 군사분계선에서 피아노 트리오 ‘린덴바움 앙상블’로 ‘그리운 금강산’ 등의 곡을 연주했다. 올해 목표는 10월 3일 독일에서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을 여는 것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들이 멘토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내 통일부와 스위스, 독일 외무부 등과 공조하며 북한 측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중이다.

원 대표는 세계적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유대인인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청소년을 모아 ‘서동시집 관현악단’을 창단해 2011년 임진각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분쟁 국가의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내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린덴바움과 뜻을 같이 하는 음악인들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연세대 음대 김혜옥 교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음악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경선 서울대 음대 교수는 “예전에 평양음대 교향악단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 음악 실력이 꽤 높았다. 정치로 통일이 어려우면 우리 예술가들이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지난 24일 서초동 페리지 홀에서 음악회 ‘Harmony’를 개최한 린덴바움은 하나원 등 새터민을 위한 기관에서 꾸준히 음악회를 열고 있다. 원 대표는 “음악이 마니아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회에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의 힘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