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 bombom@chosun.com) 6.4 지방 선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이슈나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유권자의 표심은 출렁인다. 여론조사 기관은 질문과 통계를 활용해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다. 개인들의 생각(opinion)을 데이터로 본다면, 여기서 사회의 흐름을 추론하는 것이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이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다. 그는 데이터의 흐름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고 이를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반영하는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저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쌤앤파커스)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쉽게 설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욕망을 해결하는 데 가치를 두면 매출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났다.

“데이터의 맥락을 찾으면 사회 현상의 인과 관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데이터들의 관계 찾기를 포기하고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연구를 미뤘죠. 단지 상상만으로 소비자 마음을 유추하면 현실과 맞지 않은 엉뚱한 비즈니스를 하게 됩니다.”

그는 “데이터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며 다음소프트가 연구한 예시를 설명했다.

추석 다음달에는 이혼율이 12% 증가하며 명품 등 사치재 소비가 늘어난다. 왜 그럴까?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해 본 결과 해답이 나왔다. 아내의 명절 스트레스는 추석 한 달 전부터 서서히 올라 추석 2일 전 최고치가 되며, 명절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진다. 부부간의 갈등은 이혼을 증가시키고 아내는 명품 소비로 스트레스를 푼다.

부부가 명절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데이터 마이닝으로 입증됐다. 남편은 아내가 화나 있는 연휴가 싫고, 아내는 노동해야 하는 명절이 싫은 것. 이로써 부부가 서로 조심해야 하는 시기와 배려하는 방법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데이터는 사람들의 편견도 명쾌하게 들춰낸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 작은 미니 세탁기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1인 주거지에는 세탁기가 빌트인(built-in)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거주자가 빨래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빨랫감을 넣어 두는 ‘들통’이 필요하다. 여기서 세탁기의 경쟁자는 동종 제품이 아닌 들통이라는 의외의 결론이 나온다. 판매자의 상상에만 의존해 미니 세탁기를 출시하면 낭패라는 이야기다.

송 부사장은 “사물의 물성(物性)보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철과 자동차, 비행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각각 다릅니다. 철이라 하면 차갑고 무거움, 날카로움을 떠올리죠. 자동차는 자랑하고 싶은 물건, 비행기는 설렘, 떠나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비행기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체 산업계에 비전을 전달할 수 있겠죠.”
'기술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많이 고민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그의 견해가 여기서 비롯된다.

1년에 한 번 ‘오피니언을 마이닝 워크샵’을 개최하는 그는 디자인, 공학, 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다음소프트의 공용 서가에는 <교양>, <문화의 해석>, <축의 시대>,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인문, 사회 분야 책이 놓여 있었다. “직원들에게 독서와 관찰, 열린 소통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지식 습득과 사람을 향한 애정, 이것이 데이터를 다루는 우리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