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기자 = digitaljh@chosun.com) 젊은 현악4중주, 노부스 콰르텟.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08년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역대 한국인 연주자로서 최초의 순위입상을 시작으로 올해 초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분 1위로 음악계에 화제가 됐다. 그들에게 현악 4중주란 작곡가의 내밀하고 영적인 부분을 잘 표현한 장르라며 그들의 활동에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독일 등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을 만났다.
찬사 속의 천재들, 노부스 콰르텟
섬세한 음색과 신중한 내면적 감성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서울예고 수석으로 입학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해 현재는 독일 뮌헨 국립 음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 교수의 지도에 최고 연주자과정을 수학 중이다. '폭발력 있는 연주와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다양한 독주 무대를 통해 뛰어난 연주력과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화려한 음색의 솔리스트로 주목 받고 있다.
이승원은 최근 보기 드문 비올라 영재로 이미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품 있는 연주력과 화려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곡에 대한 뛰어난 해석을 하는 연주자로 평가 받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로부터 "한국인 연주자로는 보기 드물게 이탈리아인의 밝고 즐거운 정서를 표현할 줄 아는 연주자"라는 평을 받은 첼리스트 문웅휘는 풍부한 감성과 날카로운 테크닉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연주자로 꼽힌다. 리더 김재영과 그룹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 현악4중주 팀이 처음으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어떤 곡을 연주 했나?
“제11회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였어요. 1차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멘델스존의 작품을 2차에서는 베베른,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했고 마지막으로 3차에서는 슈베르트, 베르그, 모차르트를 연주했어요. 모차르트 콩쿠르다보니 프로그램 자체도 빈 악파 쪽 작곡가들이 많았고 특히 베베른이나 베르그 작품을 연주하고 많은 칭찬을 받아서 뿌듯했죠. 베베른과 베르그 작품 모두 4중주로서는 연주하기 아주 난해한 곡들이고 그 안의 정서를 이해하긴 더욱 힘들어요. 1등이라는 숫자보다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기분 좋았어요. “
작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했는데 연주 당시 느낌이나 데뷔 후 내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멤버들이 큰 공연이나 입상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아서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굳이 느낌이라면 드디어 이런 곳에서 하는구나 정도? 앞으로 유수의 공연장에 서게 될 것이고 작은 공연들도 나름의 긴장감이 느껴지거든요. 유명한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유난히 기억에 남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재미없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름 없는 작은 공연장일지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연주가 저희에게는 중요하고 의미가 있죠.”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작년 독일의 작은 도시 리즈본이라는 곳에서 했던 연주가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어요. 작은 홀이었는데 마지막 쇼스타코비치 곡이 끝나고 모든 관객이 일어나서 호응해주셨죠. 작은 홀이라 연주 내내 관객들 얼굴도 보이고 연주하는 동안 청중들과 계속 연결돼있다는 느낌과 우리가 음악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다 알아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을 기립박수가 증명해줬어요. 연주 뒤 식사자리에서까지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저희 가슴 속에 오래 남는 공연은 규모가 큰 공연보다는 관객과 교감하는 공연이에요.”
앞으로의 노부스콰르텟 활동 계획은?
“올해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요. 여름엔 포르투갈 음악페스티벌에서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클라리네티스트인 jörg Widmann과 연주하구요. 그 뒤로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전역을 돌며 리사이틀을 해요. 내년부터는 유럽 내 활동 반경이 넓어져 독일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태리까지 진출하게 되구요. 아마 노부스 콰르텟으로는 당분간 유럽 무대에 집중해서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멤버 각자로는 종종 귀국해서 솔로로 활동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사진제공=Jino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