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 bombom@chosun.com) 최근 몇 년 동안 지방의 소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복잡함, 획일화된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맑은 공기와 자연을 누리고 싶어서다. 하지만 소도시로 떠난 그들의 선택이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시 대도시로 돌아가기도 한다.

인구 천만 명이 거주하고 교육, 문화, 산업 인프라가 몰려 있는 서울. 주요 대기업과 학교가 있는 서울은 성공을 위한 터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교통 체증과 주택난,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지역 경제/문화 불균형은 더 심해진다.

<작은 도시 큰 기업>(알에이치코리아)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작은 도시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지역 경제를 책임질 큰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큰 기업’을 품은 작은 도시는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이는 시민들의 가치관, 교육 및 문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엔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책은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미국, 일본, 호주의 소도시를 찾아가 도시의 역사와 문화, 생활방식과 비즈니스의 연계성을 이끌어낸다. 시애틀의 커피 문화가 스타벅스 커피를,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문화가 나이키 운동화를, 오스틴의 히피 문화가 홀푸드마켓의 자연식품을, 알름훌트의 청빈한 실용주의가 이케아를 만든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저자가 밝힌 ‘작은 도시의 성공 조건’은 ‘E-LOG’로 정리된다. E-LOG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매력적인 도시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구축하고, 개방적(Openness)이며 세계화(Globalization)에 적극적인 도시’다. 저자는 외국 도시의 사례에서 우리나라의 지역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고,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꽃피우는 도시들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장(障)의 마무리에는 기업이 지역에 기반해 성장한 스토리와 지역산업문화를 꽃피운 과정이 요약돼 있다.

저자는 “그들의 생태계가 부러웠다. 작은 도시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한 데서 우러나는 당당한 자신감도 부러웠다. 나는 그 자신감을 우리나라에서도 찾고 싶다”고 말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정치경제, 세계화 등이 연구 분야이며 <영어 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영어 공용화 논쟁을 넘어서>, <이민 강국: 인재 전쟁 시대의 이민 정책> 등 다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