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기자, 김유경의 푸드인사이드] 19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트앤다이닝, 청담 오룸다이닝

(김유경 기자 = digitaljh@chosun.com)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음식의 맛이 획일화되고, 이탈리아 지역음식은 물론 전통 식문화도 소멸 위기 처했기 때문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3가지의 음식철학을 추구한다. 신선하고 맛 좋은 제철음식 (Good), 생산소비과정에서 인간, 동물,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깨끗한 음식 (Clean),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과 생산자에게는 공정한 보상을 지불하는 공정한 음식(Fair). 서울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레스토랑 오룸다이닝가면 이 세가지 철학을 기본으로 감각적인 유러피안 음식을 편안한 가격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과거로의 회귀, 레트로하다

레트로(Retro)는 회상, 회귀,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본뜨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때 복고열풍이 불면서 음악과 패션, 디자인 등에서 빈번하게 등장했지만 다이닝영역에서 쓰이는 것은 처음이다. 오룸다이닝은 ‘슬로우쿡, 프람베, 게리동 서비스’의 방식으로 레트로 컨셉을 추구하고 있다. 모든 소스와 육수는 7~8시간동안 우려내고,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눈앞에서 꼬냑으로 프람베를 해준다. 게리동 (Gueridon)은 정교한 식당 서비스를 위해 사용된 바퀴가 달린 사이드 테이블로, 손님의 테이블까지 따뜻한 음식을 직접 가져다 주거나 눈 앞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해주는 프렌치 서비스다. 요즘은 특급호텔에서 귀빈 대상으로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오룸다이닝의 주방을 총괄하고 잇는 김한수 셰프는 조선호텔 출신으로 35년의 조리경력뿐만 아니라 독일과 싱가폴 국제 요리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국가대표 셰프다. 그는 시중에서 파는 소스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든 소스는 마더소스(Mother sauce)라고 불리는 5가지 기본소스에서 시작되며, 이 5가지 소스를 조합해 다양한 세컨더리 소스 (Secondary sauce)를 만드는 것이 셰프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섬세한 요리실력뿐만 아니라 손님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김한수 셰프가 말하는 프람베 정의에서 드러난다. 그는 프람베를 "와인, 꼬냑, 스카치같은 알코올을 사용해서 고기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순간적인 열로 고기의 겉을 코팅시켜 고기의 육즙을 보존시켜주는 기법이다. 이는 손님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님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게리동 서비스 덕분에 손님도 셰프의 정성을 눈으로 경험하고, 셰프도 주방 밖으로 나와 손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국내 1호 소물리에와 예술작품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오룸다이닝은 음식뿐만 아니라 와인과 예술 작품으로 감동을 주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오룸다이닝은 대한민국 갤러리 문화에 변화를 이끈 ‘오룸갤러리’에서 탄생한 곳으로 James Turrel, Wolfgang Tillmans과 같은 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개인전을 주최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룸다이닝은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유명한 작품들과 백남준, 김중만 작가와 혼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세련된 음식과 예술이 어우러져있는 오룸다이닝에는 총괄실장이자 최고의 와인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는 한상돈 소물리에가 있다. 그는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에서 10여년간 활동하고 남산의 나오스노바를 거쳐 한국소물리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뿐만 아니라 로버트 파커의 와인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레드와인 '도메인 한'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약 20년 전, 한상돈 소물리에는 조선호텔 룸서비스팀에 있을 때 김한수 셰프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때 당시만해도 김한수 셰프는 직급이 훨씬 높아 다가가기도 어려웠지만, 고객들에게 음식을 룸까지 전달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 기본부터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김한수 셰프는 그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화이트보드를 칠판삼아 요리의 모든 것을 교육시켰다. 그 결과 한상돈 소물리에는 요리를 제대로 알고 서비스하는 호텔 서비스업계의 독보적인 존재가 됬다.

조선호텔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특별한 인연은 10년 후 오룸다이닝에서 다시 이어졌고, 김한수 셰프의 섬세한 음식을 한상돈 소물리에가 어울리는 와인과 매칭하여 손님들에게 직접 전달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 디저트 크렙스를 주문하면 한상돈 소물리에가 게리동 서비스로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떠나는 순간까지 감동의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