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기자,김유경의 푸드인사이드] 숨쉬고 있는 나폴리 정통피자,청담 파르테(PARTE)

(김유경 기자 = digitaljh@chosun.com) 피자의 역사는 기원전 5세기부터 시작된다.  중동과 지중해 사람들은 빵 위에 오일, 허브, 치즈, 대추야자 등을 올려먹었다. 1500년대에는 가난한 그리스 사람들이 이탈리아 나폴리에 정착했는데 그들은 빵을 얇게 펴고 그 위에 토마토, 치즈, 마늘, 앤초비를 올려먹는 것을 좋아했다. 1700년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피자 도우와 토핑을 함께 굽기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피자’의 모습이다.

피자 하나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또, 음식을 대하는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다.  서울 논현동에 가면 피자 하나로 유럽 전역을 여행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파르테 (PARTE)다. 파르테는 훌륭한 요리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라는 모티브로 나폴리 정통 피자, 라자니아, 파스타, 샐러드 등을 만들고 있다. 기본 피자부터 스페셜 피자까지 15개나 되는 피자를 만들고 있는 이 곳에는 특별한 것이 숨어있다.

쉐프와 함께 숨쉬고 있는 천연 발효종

“오늘도 참 예쁘구나, 잘 자라거라, 사랑한다.” 파르테 주방을 총괄하고 있는 김도형 쉐프는 아침마다 뽀얗고 흰 반죽에게 칭찬을 한다. 심지어 밥도 준다고 한다. 대체 저 흰 반죽이 무엇이길래 쉐프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을까? “이 반죽은 그냥 밀가루 반죽이 아니에요. 3년동안 제가 기르고 있는 천연 발효종이 들어있죠. 제 피자가 맛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랍니다.” 마치 애지중지하는 자식을 보여주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반죽을 꺼냈다. 겉으로 보기엔 밀가루 반죽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보글보글한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스트를 쓰지 않고 피자 도우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프랑스나 이태리에서는 유산균이나 건포도와 같은 자연 효모로 발효시키는데 바로 여기에서 가래떡 같은 쫀득함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한 번 반죽을 만들면 약 3~4시간동안 일정한 온도 (22도~24도)에 보관한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데 처음보다 두배 높이가 되었을 때 반죽의 윗 부분을 피자 도우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다시 밀가루와 물을 넣는다. 김도형 쉐프는 이 작업을 밥을 준다고 표현하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피자 도우의 질감이 ‘마치 잘 구워진 가래떡’ 같았다.

스토리가 있는 피자로 유럽 여행하기

샐러드, 라자니아,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답게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이 가는 것은 역시 피자다. 클래식 피자 5개, 스페셜 피자 10개로 총 15가지 피자가 있는데 피자 하나하나 저마다의 색깔을 갖추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 지역부터 지중해, 프랑스, 유럽전역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가장 많이 즐겨먹는 피자들뿐만 아니라 엄마를 표현한 맘마미아 피자, 여성적인 세뇨리나 봉골레&페꼬리노 피자, 남성적인 세뇨르 풍기&프로슈토 피자도 있었다.

맘마미아 피자에는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치즈, 매운 살라미, 앤초비, 오레가노, 타바스코 소스가 들어가는데 오레가노는 엄마 품에서 나는 포근한 향기, 매운 살라미와 타바스코 소스는 엄마의 따끔한 잔소리와 손맛을 표현한다고 한다. 또, 여성적인 피자 세뇨리나 봉골레&페꼬리노 피자에는 염소젖으로 만든 페꼬리노 치즈와 화끈한 레드페퍼가 들어가 매력적인 맛이다. 실제로 여자보다 남자 손님들이 이 피자를 더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피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정통 나폴리 피자에 이렇게 지역성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매력도 담고 있어 피자를 주문하는 것부터 재미있는 곳이다.“

잘 구운 가래떡처럼 쫄깃한 피자 도우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마치 잘 구운 가래떡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까맣게 그을린 부분이 있어 떡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 셰프와 함께 주방에서 피자를 만들어 봤다. 메뉴는 유럽 전역에서 사랑 받고 있는 ALLA EURO. 주방은 도우가 가장 맛있게 만들어지는 온도 27도, 습도 22%를 유지한다.

도우는 매우 간결한 동작으로 만든다. 우선 양손에 밀가루를 바르고 통통하게 부푼 반죽을 재빨리 한 덩이 떼어낸다. 그리고 반죽은 바닥에 절대 치대지 않고 밀대로 조심스럽게 반죽을 얇게 펴준다. 마치 사랑하는 딸을 대하는 것처럼. 그리고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 한 덩어리를 손으로 찢어 올린다. 생모짜렐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자 한판에 치즈 한 덩어리를 모두 사용한다. 미니 아스파라거스, 살짝 구워 놓은 판체타(제주도 흑돼지), 잘게 자른 모짜렐라치즈를 올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둘러준다.

그리고 팔라로 400도가 넘는 고온 화덕에 피자를 넣는다. 화덕에 있는 시간은 1분이면 된다. 화덕 안의 공기가 순환하기 때문에 아래보다 도우 위쪽부터 바삭하게 익기 시작한다. 때문에 피자의 가장자리가 검게 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나폴리 피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피자로 탄생된다. 마지막으로 수비드 조리한 계란을 배스에서 바로 꺼내 피자의 가운데 부분에 올리고 파마산 치즈로 마무리한다. 천연 발효종 덕분에 피자 단면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