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샛별 기자 = digitalsb@chosun.com) 벌써 19년.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난희 쇼호스트’는 편안한 미소로 물 흘러가듯 말했다. 아름다운 독종,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유난희’. 홈쇼핑의 오늘을 만든 그녀와 함께 이전에 꿈꿨던 것들과 앞으로 꿈꾸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패를 기회로, 또 다른 성공역사를 쓰다

위인을 좋아하는 그녀는 인명사전 부록을 보며 배우, 가수 등 방송인을 꿈꾸게 됐다. 그 가운데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아나운서가 눈에 들어왔고, 꿈을 품고 시험에 여러 번 응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22번의 불합격 소식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나의 꿈은 방송인이었기에 실패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고,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95년 우리나라에 처음 홈쇼핑이 생겨났고, 방송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생소한 ‘쇼호스트’라는 직군에 지원했고 당당히 쇼호스트 1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쇼호스트 1호. 그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한국 홈쇼핑 방송의 틀을 잡았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날이 저물도록 미국의 홈쇼핑 방송이 녹화된 비디오를 수없이 반복해 시청하며 분석하고, 맡은 상품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꼼꼼히 공부했다. 그야말로 ‘공부벌레’였다. 그는 공부한 폭넓은 지식을 이용해 ‘상품전문가’로서 시청자들의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며 단연 최고  쇼호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팔려고 하면 안 팔려요’, 정직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가다

이제 많은 시청자들이 ‘유난희’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 이렇게 된 데는 그녀만의 ‘정직함’이 큰 몫을 했다. 그는 쇼호스트는 상품의 정보를 제대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상품전문가’이기 때문에 과장하거나 무조건 좋게 포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어진 상품이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솔직하게 모두 이야기했다. 심지어 ‘이 상품에 맞지 않는 분은 사지마세요’라는 멘트까지 해 PD와 사장님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솔직한 그녀의 말은 시청자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유난희’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다. 

공백기, 가족과 행복한 재충전 그리고 집필

현재 그녀는 ‘GS 홈쇼핑’과의 계약을 끝내고 잠시 쉬며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홈쇼핑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19년 만에 갖는 더없이 소중한 휴식이다. 무얼 했냐고 물으니 여행도 많이 다니고, 아들과 운동도 하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바쁘다. 쇼호스트를 하면서 만난 좋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여자가 사랑한 명품(가제)’이 막바지 작업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데 4년이 걸렸다. 책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엿보였다. 그는 브랜드 자체보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쇼호스트로서 상품을 공부하고 연구한 경험과 나의 이야기를 책에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한국 여성들이 자신만의 멋진 스타일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난희’,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은 이들을 돕는 미래 꿈꾸다

유난희의 어깨는 무겁다. 많은 쇼호스트 후배들의 롤모델, 시청자들의 믿음직한 친구, 꿈꾸는 청년들의 신화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에 더욱 힘이 난다고 했다. 그들을 위해서 앞으로 1호 쇼호스트로서 든든히 제 역할을 소화하겠다고 했다. 또한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은 이들을 돕는 일도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꿈은 직업이 아닌,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라며 앞으로도 마이크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나눌 줄 아는 삶의 방향을 실천하겠다는 그녀. 그런 그가 있기에 우리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