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영 기자 = digitalhe@chosun.com) 쉰이 넘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소녀 같은 ELVA작가 문미희. 색감을 중시한다는 그녀. 멀리서 봐도 그녀인지 알아볼 만큼 남다른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다. 요즘 파랑색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어서인지 패션 콘셉트는 파랑이다. 지금 행복하다는 그녀의 말에 나까지 행복했던 시간. 그녀야말로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가 아닌가 싶다.

소녀 같은 그녀 ELVA

‘신비하고 지혜로운’ 의미를 뜻하는 ELVA. 그녀의 작가명처럼 그녀는 신비롭고 지혜롭게 인생을 살고 있다. 평소 특별히 관리하는 비결을 물었다. “특별하게 관리하는 것은 없다. 굳이 비결이라고 하면 바쁘게 사려고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한다. 또 나에게는 맥주가 있다. 약간의 맥주는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며 소녀같이 웃는 그녀. “이시형 박사님처럼 30분씩 낮잠을 잔다. 약간의 낮잠을 자고나면 또 하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쉰이 넘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소녀 같다. 그녀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더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2의 인생, 화가이자 주얼리 작가로 태어나기까지

처음 문 작가가 활동 할 때에는 ELVA가 아닌 ‘소설(부를 소, 눈 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했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 점차 주얼리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외국에 전시도 하게 되니 어떤 귀인이 지금의 ELVA를 작명해 주었다. 외국인들도 잘 알아볼 수 있는 영어 이름이 아무래도 활동하기 좋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주얼리와도 뜻하는 바가 잘 맞는 것 같다.”

사실 그녀의 화려함 속에 또 다른 반전이 있다. 바로 ‘어머니’라는 세 글자이다.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그저 화려한 주얼리 작가로만 볼 수 있지만, 그녀는 이래 봬도 네 아이를 둔 어머니이다. “어려서부터 의상디자인 공부도 하며 그림에 소질은 있었지만, 일찍 결혼하면서 모든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혼 전, 고 황정순(영화배우) 씨에게 연기를 사사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남다른 끼와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네 아이의 엄마로 살다보니 내 인생의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닌 인간 문미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원래 좋아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취미 생활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나의 업이 되었다. 평범한 엄마에서 지금은 사람들이 화가 혹은 주얼리 작가라고 부른다. 인생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생각의 전환을 했더니 내 인생이 달라지더라.”

창작의 매력. 예술 그 자체

그림 그리는 것과 주얼리 작품을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에 매력을 느끼는 지 물었다. “주얼리는 그때그때 작품이 되니 기분까지 좋아져서 매력이 있다. 반면 그림은 금세 작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린다. 한 번에 탄생할 때도 있지만 수십 번 고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주얼리도, 그림도 각각의 매력이 있기에 결코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는 문 작가.

그녀다운 대답이다. “추상화를 그리거나 주얼리를 만들 때 보통 영감을 받아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작업을 한다. 특히 그림은 작명을 새기고 나면 다시 손대지 않는다. 다시 그 때를 회상하며 그리려 해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변했듯이 그림의 성격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품에는 내 혼이 담겨있다. 그림을 보면 그 때의 나를 보는 것과 같아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그녀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창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재미있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을 판매하거나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나는 장사꾼이 아닌 예술인이다.” 현재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그림만 200점이 넘는다. 지금까지 모아둔 작품을 나중에 나만의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문 작가. 그녀의 바람도 머지않아 이루어 질 것 같다.

삶의 원동력

그녀는 평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그대로 표현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우물 안 개구리였는데, CEO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더 밝아진 것 같다. 이것은 그림에도 좋은 영향으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신비주의가 좋긴 좋다.” 로타리 회장을 거쳐 현재 해공지도과정 회장 그리고 여의도 메타포럼의 원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 평소 신비주의를 추구하며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잘 따르는 편이다.

이런 신비주의 때문일까 문 작가는 공동 작업은 안 한다고 한다. “예술은 그 때의 느낌을 살려 창조되는 것이기에 타인과 그 느낌이 맞추기란 쉽지 않다. 공동 작업은 안하지만 조만간 공동 전시회는 생각하고 있다.”

파랑새는 있다? 없다?

그녀의 삶을 듣다보니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행복이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 생각을 바꾸면서부터 삶이 달라졌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또한 그것을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 문 작가는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학교도 다니게 되었다. 늦은 나이였지만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게 되어 재미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 당시 자녀들이 대학생이어서 서로 공감하며 대화 할 수 있었다.

현재 문 작가는 스타일을 바꾸려고 잠시 쉬고 있다. “작품은 현재 나의 상태를 그대로 표현되어진다. 잠시 쉬고 시작하면 또 다른 콘셉트가 나온다. 그리고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보통 기분 좋을 때 작업을 하는 편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진주를 다루지만 작품의 소재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한지를 비롯해서 매니큐어, 골프공, 장식품, 양초 등등 모든 대상을 작품의 소재로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버리는 소재가 많은데 나는 버릴 것이 없다.” 특히 이번 해는 청마의 해여서 말 모형에 관심이 있다는 그녀.

앞으로의 행보, 주얼리 박물관

문 작가에게는 딸이 2명 있다. 첫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현재 일본에서 색체영상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는 꼬르동블루를 통해 요리를 전공하고 있다. 평소 색감을 중요시하고 작가만의 개성, 희소성을 중시하는 그녀. 우연찮게 모녀가 하는 일이 조금씩 연관이 되어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신기하게 조금씩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둘째가 나중에 디저트 카페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 카페에 내 그림과 주얼리도 함께 전시하고 싶다. 그리고 첫째의 영상 기술까지 가미한다면 좋은 기획이 될 것이다.”

또한 문 작가는 앞으로 더 큰 계획도 가지고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연말에 전시회를 열 생각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제주도에서 주얼리 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다. 나에게는 또 특별한 경험이 되었고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주얼리 박물관을 열고 싶다.” 벌써 인생의 절반의 시간을 넘겼지만 그녀에게 아직 꿈이 무궁무진하다.

어렸을 때 공부했던 의상디자인 분야를 살려 추후에 무대의상 디자인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 하지만 그러면서도 뭐든지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했다. 언제든 기회만 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지금은 나만의 방식으로 준비할 것 이다.”

그녀와의 긴 인터뷰 시간이 무색하게 짧게 느껴졌다. 인터뷰가 아니라 친한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듯 시간이 흘렀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어릴 때 읽었던 동화 ‘파랑새’가 떠올랐다. 동화 속 주인공 틸틸과 미틸이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지만 결국 집안의 새장에서 파랑새를 찾게 된다. 우리의 ‘행복’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알려준 그 파랑새처럼, 문 작가가 보여준 인생도 그 행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