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규제개혁위원장들의 충고]
규제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 편의주의와 부처 이기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규제는 시급히 풀어야 한다."

역대 규제개혁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지낸 정해주 전 국무조정실장,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가 19일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 전 실장은 2006년 3월부터, 최 교수는 2008년 6월부터, 안 교수는 2010년 6월부터 2년간 위원장을 역임했다.

정 전 실장은 "각 부처가 부처 이기주의에서 생각하지 말고 국가 전체의 이익 차원에서 규제 개혁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공무원의 속성인 행정 편의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규제 개혁의 걸림돌이 돼왔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1998년 1만185건이었던 등록 규제는 지난해 말 1만5269건으로 5000여 건 증가했다. 안 교수는 "규제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처 이기주의"라면서 "부처별로 규제가 중첩돼 있는데도 조직과 예산을 지키려는 이기주의 때문에 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대 위원장들은 규제 개혁이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규제 개혁에 대한 체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규제의 비용·편익 분석, 이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 등 관련 조직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면서 "규제 개혁으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수조원에 달하는데 규제 개혁에 정부가 투자하는 돈은 위원장 재직 당시 200억원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하지만 덩어리 규제 등은 전문가 등에게 용역을 맡겨 심층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규제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정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고, 이에 전 부처와 공무원들이 힘을 모은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개혁은 단순히 '끝장 토론' 한 번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지금처럼 규제 개혁에 인력이나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려 한다면 결국엔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