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지자체가 개발 주도… 중앙 정부는 재정지원, 규제 풀어주기로

대구 SW, 인천 서비스산업, 대전 國防 - 정부 지원 예산 1兆 늘려 내년엔 4조5000억
이웃 市·郡묶어 전국 56개 생활권으로 - 실생활권 지역끼리 손잡으면 사업효과 커져
그동안 나왔던 '재탕·삼탕정책' 지적도 - 상당수는 이미 추진중… 구체적 지원案 빠져

밤이면 화려한 LED 조명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의 전당, 영화 '해운대'의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한 영상작업시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안에 가면 이런 영화·영상 관련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5대 영화제의 하나로 키워낸 부산은 세계적인 영화 도시를 꿈꾸고 있다.

부산은 영상, 대구는 소프트웨어, 광주는 문화·콘텐츠, 대전은 국방…. 전국 15개 광역 시·도(서울·세종은 제외)가 저마다 특색을 갖춘 지역 특화 프로젝트를 한 개씩 추진한다. 전국적으로 색깔이 서로 다른 '15개 테마 경제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 15개 시·도를 각기 차별화된 테마 경제권으로 만들고, 이웃한 시·군끼리는 짝을 이뤄 전국을 56개 생활권으로 구성하는 내용의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

◇대구 SW·대전 국방·전남 해양관광

부산은 할리우드 수준의 세계적 영화·영상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 영상 콘텐츠 밸리'를 조성하고 영상 R&D센터와 아시아영화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를 테마로 잡은 대구는 오는 2017년까지 수성의료지구 내에 ICT융합창조벤처센터를 세우는 것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창조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전은 민군(民軍)기술협력 사업을 벌여 세계적인 국방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문화중심도시라는 큰 틀 아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내년 개관하여 문화산업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인천은 송도지구와 영종도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서비스산업 허브를 지향하고, 울산은 친환경 전지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경기도 생태평화벨트 ▲강원도 건강·생명 ▲충북 바이오 밸리 ▲충남 디스플레이 ▲전북 농생명 ▲전남 해양 관광 ▲경북 IT 융복합 ▲경남 항공산업 ▲제주 용암수 융합산업이 특화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런 지역 특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끄는 주도권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기겠다고 설명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우선 지방에서 재량껏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자체가 고르는 사업에 지원하는 포괄보조 예산을 올해 3조5000억원에서 내년 4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별 중앙정부의 자금 지원 규모는 내년 예산안부터 따로 반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이웃한 시·군끼리 짝을 지어 전국을 56개 생활권으로 재구성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실생활 범위가 비슷한 지역끼리 손잡고 공동사업을 진행하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다. 예를 들면 충북에서는 중심이 되는 청주와 청원·증평·보은·진천·괴산까지 인근 5개 군을 패키지로 생활권을 구성한다. 경북 영주·봉화 생활권에서는 화장(火葬) 시설을 공동으로 만들고 분만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 지원 방안 없고 신선도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번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은 기존에 소개된 지역 발전 방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5개 시·도별 특화 프로젝트 가운데 11개가 이미 지난해 7월 정부의 지역 공약 이행계획 발표 때 공개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업별로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기획재정부는 프로젝트별 예산을 내년도 정부 예산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7월 말까지 지자체들이 세부과제를 선정하기로 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또 6월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들이 교체될 경우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테마 경제권

15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서울·세종을 제외)가 한 가지씩 테마를 정해 지역별로 특색 있는 산업을 육성하자는 계획으로 ‘특화 발전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지자체가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기업 유치 활동을 벌이면 중앙정부는 규제 개선과 재정 지원으로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