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기 회장

부동산 평가에 관심이 많아 1987년부터 감정평가사를 첫 직업으로 삼은 경일감정평가법인 서동기 회장. 지금까지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감정평가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깊다.

서 회장은 국내 부동산학 박사 1호로 한국감정평가협회장·박근혜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 부동산대책위원장·국제부동산정책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로서 부동산학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지난 12월 30일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및 감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서 회장을 만나 국내 부동산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탄탄한 내공·전문성 겸비, 부동산은 내 삶의 전부

‘감정평가’는 동산·부동산 및 기타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그 결과를 화폐액으로 표시하는 작업이다. 감정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는 감정평가사로 일하며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성을 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체험했다. 특히 토지 보상의 경우, 보상액을 많이 받으려는 토지소유자와 적게 주려는 사업시행자 사이에서 양측 모두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들어야 오히려 공정한 평가가 되는 모순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감정평가사가 판사처럼 ‘공정성이 생명’이라는 신념으로 중도를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

서 회장은 앞으로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및 감사로서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전문지식 등을 자문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 실력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이 9조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IBK자산운용에 대해 “책임이 막중해 부담도 되지만 열심히 해서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가 심판을? 비정상화는 정상화 되어야…

기업가치를 공정히 평가하는 감정평가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서 회장은 최근 ‘기업가치 평가가 감정평가사의 고유 업무’라던 1심 판결이 ‘공인회계사도 기업자산을 감정평가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결로 뒤집힌 사례를 언급했다. 이러한 판결은 전문적인 영역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기업부실과 공정성에 상당한 침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회계전문가인 회계사, 세무전문가인 세무사, 감정평가전문가인 감정평가사 등 국가에서 자격제도를 운영하는 전문가 사회에서 이번 판결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한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최종 판결에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작년 비영리기관인 한국감정평가협회에서 아무 사고없이 20여 년간 수행해오던 국토부의 부대업무가 관보고시로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하는 영리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된 것은 비정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스스로 감정평가업무도 하고 감정평가에 대한 감독도 하는 행위로 마치 선수가 심판을 겸임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서 회장은 “이는 지난 정권의 잘못된 공기업정책이기에 답습해서는 안되며 박근혜정부의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화두처럼 반드시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의 부대업무를 계속 하려면 모든 감정평가업무에서 아예 손을 떼고 진정한 공기업으로서 거듭나든지, 영리행위(감정평가)를 계속하려면 민영화해서 민간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감정평가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이를 빌미로 비자격자에게 전문성 있는 감정평가 및 가격조사를 맡긴다면 크나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는 “의사가 수술을 할 때 한두 번 실수가 있다고 해서 자격이 없는 비전문가에게 수술을 맡길 수 없듯이, 감정평가사의 실수를 침소봉대해 비자격자에게 전문성 있는 일을 맡긴다면 이를 감독하는 정부의 부담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감정시스템 국내에 도입해야

한편 금융기관이 담보감정평가를 자체 평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공정성 위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담보가치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제3자인 감정평가기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0년도 이전 부실감정으로 인한 금융공황을 겪은 이후 제도를 개선하여 금융기관이 대출을 할 경우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외부감정평가기관의 감정평가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출기관과 감정평가기관을 엄격히 분리함으로써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 회장은 2000년 경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감정평가업무를 몸소 체험하면서 “미국의 금융부실 중 가장 큰 원인이 담보감정이었기 때문에 제도가 개선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금융기관의 담보가 필수감정으로 개선되어야 금융부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금융기관의 부실로 치러지는 대가가 감정수수료에 비해서 월등히 크기 때문에 필수감정은 국내에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