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접 복장 자율화 바람… 운동화·비즈니스 캐주얼 허용
삼성·LG·현대차는 정장 고수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신입 사원 면접. 찢어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지원자가 면접장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옆 지원자는 빨간색 운동화에 베이지색 면바지, 흰색 크루넥 셔츠 차림이었다. 면접장에 들어선 지원자 4명 중 재킷을 입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장(正裝) 일색이었던 면접장이 이처럼 변한 것은 LG유플러스가 올해부터 면접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양무열 채용팀장은 "지원자들의 개성과 성향을 존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은색·남색·회색 정장 물결이었던 신입 사원 면접장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사원 복장을 자율화해 반바지에 샌들까지도 허용한 기업이 있지만, 신입 사원 지원자의 복장만큼은 그간 성역(聖域)처럼 정장 차림이 고수돼 왔다.

삼성·LG·현대차그룹 모두 신입 사원 면접 공지엔 '정장'을 명시하고 있다. LG 인사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깔끔하고 첫인상이 좋아보이는 복장이다 보니 면접 복장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창의적 인재를 선호하는 이동통신사나 광고 대행사 등이 주도한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 대행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는 2011년부터 실무 면접에 아예 '정장 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노션 이진형 인사팀장은 "복장은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정장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면접 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완화했고, 최근엔 아예 '자율 복장'을 권고한다.

지원자들은 '그래도 정장형'과 '자유분방형' 두 부류로 나뉜다. SK텔레콤 이호민 HR운영팀장은 "아무리 자율복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정장이나 캐주얼 정장을 입고 온다"면서 "하지만 하얀 티셔츠의 가슴팍에 회사 로고나 자기 얼굴, '꼭 입사하고 싶습니다'란 문구를 붙여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이킹 인재'를 강조하자, 아예 바이킹 모자를 쓰고 온 지원자도 있었다.

이노션 면접에선 힙합 바지에 헤드셋을 목에 걸고 오거나, 나비넥타이에 기타를 메고 오는 등 면접관의 눈에 들기 위한 갖가지 '의상 전략'이 펼쳐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