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무조건 어둡고 도움만을 바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우리 같은 비장애인 보다 활기차고 자주적이었습니다. 걷지 못해도 시한부 인생이어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장장 3년이라는 긴 촬영기간 동안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의 실제 경기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의 김경만 감독이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 며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필름이 늘어갈수록 장애인들은 무조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3년 동안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30여회의 실제 경기를 촬영하면서 경기장 안의 격렬하고 강렬한 순간과 경기장 밖의 아픔과 정신적 승화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얼음판 위의 감동을 전한다...'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의 이야기

이 영화의 배우인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하는 종목인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비인기 종목이다. 이처럼 어려운 종목을 영화로 그린 이유와 영화를 찍으며 느낀 바를 물었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곳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자부심을 느끼며 경기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들의 경기를 보고 격렬함에 공포를 느낄 정도였죠.”

다소 정적이고 안전한 운동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경만 감독이 자신의 편견을 한 번에 깨버렸던 다소 충격적인 첫 만남을 얘기하며 스포츠도 비장애인 스포츠와 장애인 스포츠가 존재하는 것처럼 영화 역시 똑같이 동등하게 존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영화를 찍는 내내 그들이 썰매를 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누구나 행복하지만 그 행복을 느끼지 못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 몸 어딘가 아픈 곳이 없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망각하고 자꾸만 먼 곳에서 잡히지 않을 행복만을 찾고 있다며 세상을 아쉬워했다.

▲ 왼쪽부터 김경만 감독, 이종경 배우, 이효승 제작자, 정승환 배우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관객의 웃음과 눈물 자극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은 캐릭터다.

부러진 손가락으로 대회에 나가겠다는 정승환. 그는 김경만 감독에게 자신의 부상을 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폐암4기를 선고받은 아버지와 파이팅을 외치고 노르웨이로 떠났다.

결혼을 허락받고 싶은 남자 유만균.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유만균 선수는 허리를 다쳐 걷지 못하게 됐다. 자살 시도도 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는 아이스슬레지하키를 만나고 골키퍼로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렵게 만났지만 여자 친구의 부모는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장모님에게 결혼을 허락받고 싶은 남자다.

갓 사랑에 빠진 즐거운 이종경. 사랑에 빠진 이종경 선수는 늘 즐겁고 설렌다.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에 푹 빠졌던 그는 멋진 묘기 비행을 하다 추락하여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앞날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포츠를 못하는 것이 더 슬펐다는 그는 현재 썰매위에서 사고 전과 같이 스피드를 느끼며 행복하다.

달리고 싶은 아빠 한민수. 한민수 선수는 두 딸의 아빠다. 딸들은 아빠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체력은 딸리지만 딸들을 생각하며 그 누구보다 빠르게 얼음 위를 달린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현재 국가대표인 실제인물이 출연하여 그들의 실제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점에서 감독의 실험정신과 배우들의 진정한 호소력이 돋보인다.

또 한쪽다리 없이 의족을 한 선수가 썰매를 끌고 가는 포스터와 아름다운 티저 역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삭막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변화시켜 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상업성이 낮은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떠오른다. (주) 태흥영화사가 제작한 이 영화의 배급을 어느 배급사가 맡으려 할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우수성 보다는 유명배우의 이름 하나로,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했다는 사실 하나로 관객몰이를 하는 현재 극장문화를 보면 대형 영화관에서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만날 가능성은 0% 일 것이다.

유엔이 선정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한국이 4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너무 먼 곳에서만 행복을 찾고 불행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이고 그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가 바로 ‘우리는 썰매를 탄다’ 이다.

꼭 영화관에서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흥행이 목적이 아닌 순수하고 혼이 맑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만 감독은 배우로 활약해준 선수들에게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 배웠다며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나처럼 진정한 행복을 깨달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