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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루스 후드 영국 브리스톨 대 교수. /영국문화원 제공
브루스 후드(Hood·51)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사회발달심리학과 교수는 22일 영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서울 도봉구 창동고등학교에서 열린 '2013 지식강연시리즈'의 강연자로 초청돼 방한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영국문화원에서 만난 후드 교수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뇌과학으로 설명했다.
"뇌의 분노를 제어하는 부위에 악성 종양이 생기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괴팍한 사람이 됩니다. 이것은 사람의 성격을 뇌가 결정한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부정한 후드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자유의지도 부정했다. "인간이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자유 의지는 없습니다. 자유 의지가 있다고 믿을 뿐입니다."
후드 교수의 견해라면 살인자를 비롯한 범죄자를 처벌할 근거가 희박해진다. 범죄자의 책임을 묻는 게 형사처벌인데, 범죄자 스스로 결정이 아닌 외부의 정보가 입력된 뇌의 발현이라면 처벌의 당위성이 줄어든다. 이는 범죄자의 잘못된 결정을 응징해야 범죄를 줄이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대다수의 의견에 반한다.
"처벌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범죄자의 처벌을 보면 피해자의 마음이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면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면 즐거움·연애 감정도·사랑도 모두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본인의 인생이 허무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후드 교수는 "사실 허무하다. 하지만 낙관적 허무주의자"라며 "내게 상처를 준 사람도 뇌과학을 입장에서 보면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범죄를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고 말했다.
후드 교수는 2011년 BBC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좌’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은 영국 과학자들이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1825년 출범했으며, '전자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가 첫 강연자였다. 이후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연단에 섰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후드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1999년 브리스톨대의 발달심리학과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미국 심리학회가 수여하는 '로버트 판츠' 상 등을 받았다. 후드 교수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좌는 성공을 거둬 영국 전역에서 400만명이 시청했으며, 이듬해 재방송되기도 했다.
뇌과학에 창의적 두뇌를 키울 수 있는 비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후드 교수는 "뇌 훈련이라는 단어가 기업의 마케팅에서 매력적으로 사용되지만, 효과는 없습니다"며 "서로 만나 대화하고 교류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창의적 두뇌 발달에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고 학회에 참석하지 않죠.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면서 창의적 연구 주제를 얻고자 학회에 옵니다"며 "내 책을 다 읽은 독자가 정보 습득 때문에 나를 만나려 하겠느냐.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나를 굳이 만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후드 교수는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의지와 무관하게 반응하는 모습)를 게임 업체들이 사용하면서 청소년들이 게임에 중독됐습니다"며 "중독성이 높은 것은 뭐든 제한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