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학원생 20%, 고등학생_올해 9급 공채시험부터 대학 수준 전공과목 대신 수학 등…
강사들도 '학원 갈아타기'_EBS 강의로 위축돼있던 수능 강사들, 활로 생겨
위기감 느낀 재수학원들 공무원 시험반 개설 검토

공무원 고시학원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재수를 포기하고 공무원학원을 찾고 있으며, 공무원학원들은 입시학원 스타 강사를 모시기 위해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입시학원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지난 연말 행정안전부는 '2013년도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졸자의 공직 진출 기회 확대를 위해 9급 공채시험의 직군별 필수과목이던 행정법·경제학·관세법 등 대학 수준의 전공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바꾸고, 고등학교 과목인 사회·과학·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추가했다. 공무원시험 과목 변경에 따라 올해 7월 실시되는 9급 공채시험부터 수험생들은 대학 과목과 고교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일반행정직의 경우 수험생은 필수과목인 국어·영어·한국사에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수학·과학·사회 중 2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사회·과학 등 고교 과목만 선택하고도 임용이 가능하다.

그러자 재수를 염두에 뒀던 학생들이 대거 공무원학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량진 공무원학원 관계자들은 "학원 수강생의 20%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라고 했다. 대입 재수를 위해 지방에서 노량진으로 올라온 이모(19)군은 입시학원 대신 공무원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우선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휴직을 하고 대학에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김모(19)군은 "대학에 들어가도 어차피 공무원시험 준비를 할 생각인데, 차라리 수능시험 감각이 있을 때 시험에 도전해 합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공무원학원들은 일제히 수학·과학·사회반을 개설하며 학생 유치에 나섰다. 노량진 윌비스고시학원 신종근 과장은 "이달부터 고교 과목반을 개설했다"며 "공무원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학생의 70~80%는 고교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BS 강의 활성화 등으로 위축돼 있던 사회·과학·수학 강사들은 '활로'를 찾게 됐다. 이달부터 공무원학원에 출강하고 있는 민준호(36·사회과목)씨는 "40~50명의 사회 과목 강사들이 공무원시험 분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기존의 대학 과목 강사들은 고심에 빠졌다. 행정법 강사 박모(36)씨는 "사회·과학 과목 등으로 이동한 학생이 많아 수강생이 20~30% 감소했다"며 아쉬워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재수와 공무원시험 응시를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입시학원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부 입시학원들은 공무원시험 과정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학원에 등록한 신모(19)군은 "주변에 대학입시 결과가 나오면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공무원학원들은 대학 입학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2월 초 이후에는 '재수냐 공무원 시험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인원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