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끝] 세대갈등 원인과 해법
-식어버린 성장엔진
1981년 7.4%→2011년 3.6% 30년 새 성장률 반토막 나니 나눌 파이도 갈수록 줄어들어
-유독 20대만 일자리 감소
80%가 대졸자 '고학력 세대' "많이 배워도 취업은 안되고… 이런 상황이 20대 절망 불러"
-세대갈등 해법은
질 높은 성장체제 만들어 20대에 일자리 제공부터

2년 전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김형경(27·가명)씨는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고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30년 전 지방대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해 지점장으로 퇴직했다. 김씨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아버지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졸업 후 잇따라 대기업과 은행 취업에 실패하자 크게 낙담하고 계신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최소한 아버지보다는 잘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수많은 대기업 직장인에 내가 왜 못 끼는지 한스럽다"고 말했다.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고속 성장이란 엔진이 식어버린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비롯됐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도 좀처럼 늘지 않기 때문이다.

◇30년간 20대 일자리만 줄어들어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성장률은 7.4%(1981년)에서 3.6%(2011년)로 반 토막 났다. 기성세대가 누렸던 고속 성장의 과실은 2030에겐 꿈같은 얘기다. 30년 전엔 5년만 지나면 소득이 2배로 뛰었다. 1981년 124만원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1986년엔 238만원이 됐다. 고속 성장으로 매년 소득 증가율이 10~20%대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엔 굳이 대기업만 골라 취직할 필요가 없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고속 성장의 수혜를 누리며 월급이 빠르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지금은 소득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않는다. 2011년 국민소득 증가율(4.7%)대로라면 현 소득이 2배가 되는 데 15년이 걸린다.

또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30~40대 경력자 채용을 늘리면서 20대 취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다른 모든 연령대에선 일자리가 늘었지만, 20대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 20대 일자리(취업자 수)는 1981년 367만개에서 2011년 365만개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186만개에서 508만개로 거의 3배로 늘었고, 40대 일자리도 334만개에서 661만개로 거의 갑절이 됐다. 늘어난 일자리의 혜택이 중장년층에게 돌아간 것이다.

◇대학 진학률은 30→80%로 급증

물론 현재 20대가 굳이 취업하려면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20대의 눈높이가 기성세대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대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대졸자가 많은 고학력 세대다. 20대 10명 중 8명은 대학을 나왔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984년부터 2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한 가정에 많아야 2명인 자녀에 대해 부모들이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 자부하지만 현실적으론 부모 세대만큼의 부를 쌓을 수 없다는 것이 20대 절망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런 20대를 50대는 도전 정신과 패기가 없다고 본다. 1960년의 합계 출산율은 6명이어서 형제자매가 대여섯 명인 가정이 즐비했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은 대개 장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1981년 대학 진학률은 35.3%에 불과했다. 대다수 50대는 어떤 일을 하건 빨리 사회에 진출해 돈을 버는 게 목표였다.

◇복지 혜택 차이도 세대 갈등 유발

5060세대를 2030세대가 부양하고 있다는 불만도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평균 수명 증가로 국가가 복지 지원을 해줄 고령층이 급속히 늘어나는데, 세금을 내는 계층은 노인이 아니라 청장년층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0대는 세금과 국민연금 등으로 평생 국가에 12억7000만원을 내지만, 혜택은 10억8000만원밖에 못 받는다. 1인당 평균 1억9000만원을 손해 보는 것이다. 반면 60대는 9억3000만원을 부담하고, 혜택은 11억5000만원을 받는다. 국가에 낸 돈보다 2억원 이상 더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30 세대는 힘겹게 번 돈이 노인 부양에 들어간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고령층은 산업화 시대 역군으로서 당연한 권리라 생각한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게 돼 있다. 경제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20대 절망이 완화될 수 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젊은 층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20대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는 질 높은 성장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