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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 눈높이 맞추려면 열심히 연주해야죠" 원숙해진 음악으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

입력 : 2012.11.08 16:19 / 수정 : 2012.11.19 09:27

“음악은 연주해 온 세월만큼 깊어집니다. 50대의 나이에 매달 독주회를 여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미국 생활 10년 동안 성숙해진 음악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작년 국내 활동을 재개한 바이올리니스트 배은환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1990년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주자 중 하나였다. 한국인 최초로 미 줄리아드 음악원 석ᆞ박사를 졸업, 27세 때 최연소로 KBS 교향악단 악장을 역임하고 국내외 무대에서 독주회를 가지며 젊은 시절부터 주목받아 왔다. 홈페이지 ‘바이올린 이야기’로 실시간 동영상 레슨을 하는 등 독특한 음악 교육자로도 알려져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더 풍요로워진 음악과 함께 작년 귀국했다. 지난해 파가니니의 ’24 카프리스’ 연주회로 전국을 순회한 그는 올해 1월부터 서울 ‘반포아트홀M’에서 정기독주회를 가졌다. 이제 2회의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그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관객, 음악듣는 수준 높아져" 바이올린ᆞ비올라 오가는 이색 연주 선보여

“한국 관객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어요. 10~20년 전에 비해 음악을 까다롭게 평가하는 것을 느낍니다.” 배은환은 “이제 웬만한 연주로는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며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특한 공연을 시도해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바이올린ᆞ비올라를 복수전공한 이력을 살려 한 무대에서 두 악기를 번갈아 연주한 것. 바이올린과 비올라 12개씩을 무대 위 24개의 의자에 세워놓고, 즉석에서 바둑알을 뽑아 흰색이면 바이올린, 검은색이면 비올라로 ‘카프리스 24’ 전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한 음악가에게 다양한 예술적 색채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고 호평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정기독주회에서는 엘가ᆞ드보르작ᆞ랄로 등의 첼로 협주곡을 편곡해 비올라로 연주하기도 했다. “첼로 곡의 조를 바꿔 비올라로 연주하면 더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가 나지요. 익숙하게 들었던 기존 음악에 저의 색깔을 넣어 바이올린, 비올라를 자유롭게 오가는 공연을 하고 싶었습니다.” 공연에는 누나인 피아니스트 배예자가 참여해 아름다운 앙상블을 들려줬다.

그는 연주로만 생계를 잇기 힘든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국내 음악계에서는 소수의 스타 연주자들만이 공연 기회를 얻는다는 이야기다. “음악계의 지원이 유명 연주자들에게만 쏠리는 것 같습니다. 저부터라도 열심히 활동해 이름을 알리고, 실력있는 후배와 제자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습니다.”

다음달 6일 제주시향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연주

그는 다음달 6일 제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해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연주할 예정이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를 억압한 러시아에 대항해 애국심을 강하게 표현한 작곡가입니다. 이번 연주는 핀란드의 민족적 색채가 웅장하고 화려하게 드러나는 대곡(大曲) 이 될 겁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그는 “한국 관객의 평가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해외를 무대로 더 많은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루제로 리치 선생님은 93세때 병상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서 제게 연주기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도 이제 겨우 50대입니다. 손가락을 움직일 힘이 있는 한 평생 연주하고 봉사하며 아름다운 음악을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