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구 급증… 취향도 다양해져
몇몇 브랜드 골라 '부티크 샵' 열어
정비·마케팅 강좌에 30~40대들 '북적'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20년간 무역과 화장품 업계에서 일한 김형대(47)씨는 내년 초 경기 안양시 집 근처에 자전거 가게를 낼 계획이다. 지난 6월 퇴직한 뒤 자전거로 4대강을 종주한 김씨는 이미 안양시청에서 자전거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자전거평생교육원에서 정비과정도 이수했다. 과천시 자전거 보조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했더니 '자전거 탈 때'라는 답이 나왔다"며 "제2의 인생 주제를 '자전거'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일 자전거 유통회사 바이클로의 자전거 교육기관 '바이클로 아카데미' 과정을 1기로 수료했다.

자전거 숍이 고학력 중장년층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자전거 인구에 비해 자전거 라이딩과 정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가 운영하는 가게가 크게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철TB'라고 불리는 생활자전거가 아니라, 장거리 여행이나 산악 라이딩이 가능한 전문 자전거들을 주로 다룬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만 골라 수입하는 이른바 '자전거 부티크 숍'도 생겨나고 있다. 김형대씨는 "화장품업계가 종합화장품 가게 형식에서 브랜드 숍으로 바뀐 것처럼 자전거 역시 몇몇 브랜드만 취급하는 형태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찾아간 서울 반포의 '바이클로 아카데미'에선 수강생 16명이 강사 지도에 따라 뒷바퀴 축을 분해·조립하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16명 중 20대는 4명뿐이었고, 30대가 5명, 나머지 7명은 40대 이상이었다. 이 강좌는 2주간 월~금요일 하루 8시간씩 자전거 정비와 매장 운영, 고객관리, 마케팅 등을 가르쳐준다. 무료 강의로 시작했으나 내년 중 실비를 받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1기 수강신청자가 30명 넘게 몰려 서류심사와 전화 면접을 통해 뽑았다. 19일 개강하는 2기 역시 이미 수강생이 다 찼다.

미국의 자전거 교육기관 BBI(Barnett Bicycle Institute)를 수료한 강사 김병호(34)씨는 "20대는 정비기술자로 취직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30대 후반부터는 자전거 숍 창업이나 전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수강생들이 강의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실습을 할 만큼 무척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홍일점 수강생인 장선숙(44)씨 역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전거 강의를 듣고 있다. 장씨는 "자전거 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편과 나 모두 자전거를 무척 좋아한다"며 "남편이 앞으로 퇴직하게 되면 함께 자전거 숍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자전거평생교육원, 바이크 아카데미, BMI(Bike Mechanic Institute), BCI (Bike Clinic Institute) 같은 학원에도 중장년 예비창업자가 몰리고 있다. 이미란 바이클로 아카데미 원장은 "내년에는 주말이나 퇴근 이후 시간을 이용한 자전거 경정비반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