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취임 1주년 점검] ⑥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8000여명 여전히 비정규직 "다 정규직 될 줄 알았는데…"
市, 2차 정규직 전환 계획… 區, 6500명 예산 없어 보류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시 산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는 혼란과 갈등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한 공원에서 목화를 수확하던 김모(여·56)씨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고 나서 속상하고 억울해서 밤에 잠을 자지 못했어요.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고, 다들 결격사유가 없다고들 했는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전환자를 정한 건지"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서울 시내 공원녹지사업소에서 9개월씩 계약을 맺고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로 청소·녹지 관리 분야에서 일했다. 전세방에서 아들과 둘이 살면서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일해 한 달 130여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공약에 따라 김씨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고 하자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전환자를 발표하던 날 김씨 이름은 없었다.

서울시는 당시 비정규직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처우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서울시 본청과 산하 기관 비정규직 3101명 중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 공원녹지관리원·사무보조원·시설관리원·도로보수원·환경미화원·청원경찰 등 전체 비정규직 중 36.5%였다. 이전까지 이들은 연평균 1500만원 정도를 받다가 정규직 전환 후 호봉제를 적용받아 1호봉 기준 1860만원 초임에 연 136만원 복지포인트, 연가보상비·퇴직금·시간 외 수당·건강진단비·자녀 학비 보조금 등을 합쳐 1인당 최소 연 250만원 이상 수입이 늘었다. 여기에 서울시는 매년 9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비정규직 모두에게 주어진 건 아니다. 김씨처럼 서울 시내 3개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602명 중 정규직 전환 인원은 208명.

3년째 비정규직으로 녹지관리 업무를 하다 정규직이 된 심명옥(여·48)씨는 "기간 계약제로 일할 때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될지 늘 불안했다"며 "임금 인상뿐 아니라 고용 불안도 사라져 편안하게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탈락자들은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전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며 "작업능력과 협동심 등을 평가한다고 했지만, 주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왜 제외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 비정규직 478명 중에서는 36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109명이 제외됐다. 청계천 청소를 맡은 한 공단 비정규직 근로자는 "수년째 같은 일을 했는데 공단에서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을 지난해 11월 이후 계약자로 제한했다"며 "다 전환해주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 달성도·성실성·노력도·신속성·추진력·협동심 등 공통 평가지표에 따라 기관별로 전환자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현재 1차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2차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 용역을 거쳐 11월 말쯤 추가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 9월 말 현재 시 본청과 산하 기관에 남은 비정규직 2230명과 1차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민간위탁이나 용역·파견 등으로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6000여명이 후보다. 2차 전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1차보다는 적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규직 전환'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 내 비정규직은 5~6명 중 1명에 불과한 셈이다. 더구나 25개 자치구에 속한 비정규직 6500여명은 각 구 예산이 빠듯해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한 사람들 사이에서 정규직이 되려면 시의원이나 시 간부에게 로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한 직원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된 비정규직들 불만이 많다"며 "그래도 혹시나 2차에 되지 않을까 해서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올해 서울시신용보증재단에서 107명,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70여명 비정규직을 감축했는데 이를 놓고 김인호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은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면서 신용보증재단과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비정규직을 해고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용태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구조 조정 계획에 따라 업무 자체가 없어지는 비정규직과 재계약을 맺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서울시 정규직 전환과는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