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소외된 청춘들의 희망
지방대생·늦깎이도 성공 - 31번 이력서 낸 이수인씨
4년째 취업 도전한 이성광씨 "할 일 넘쳐나는 지금 가장 행복"
장애 편견까지 뚫었다 - 청각장애 5급 신전왕씨
2년8개월 만에 재취업… 전산시스템 엔니지어로 활동

박현진(28)씨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직장이 없었다. 그는 올 1월 본격적으로 직장을 찾아나섰지만 허탕만 쳤다. 면접까지 올라가 떨어진 것만 30번이 넘는다.

박씨는 "취업 시장에서 반기지 않을 스펙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기업에선 그다지 쓸모없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가졌고, 취업을 위해 중국어 학과로 편입 준비를 2년간 하다 접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훨씬 스펙 좋은 사람들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새 직장을 찾고 또 찾았다. 결국 8개월 만에 중소기업 취업 전문 무료 사이트 '잡월드'에서 새 직장을 잡아냈다. 전자 부품 제조업체 ㈜멀티텍에 사무직으로 채용된 것이다. 박씨는 "취업을 위해 자신이 갖춘 스펙을 기업의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지원할 만한 기업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눈높이 맞추기'로 돌파

이수인(26)씨는 지난 2월 잡월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알엔비소프트웨어와 인연이 닿았다. 전문대를 마치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해 졸업한 이씨는 이력서를 31장 쓴 끝에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는 중소기업을 택한 이유를 쿨하게 설명했다. "'개발자로 성공하려면 연봉 많은 대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소기업에 들어가 현장 경험을 빨리 많이 쌓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취업이 끝이 아니잖아요. 입사하게 되면 해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할지도 수첩에 다 적어놨어요. 31번째 이력서가 합격증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이 정도면 괜찮은 거죠."

잡월드를 통해 취업한 5만명의 젊은이에겐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스펙은 떨어졌지만 꿈을 잃지 않았고, 힘들 때가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이제는 일자리가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다.

◇보청기 없으면 대화 힘든 장애인…전산시스템 구축하며 전국 누벼

전산시스템을 판매·관리하는 중소기업 ㈜고우넷에 올 4월 입사한 신전왕(33)씨는 청각 장애 5급 장애인이다. 그는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업무상 대화가 어렵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를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다가 2년8개월 만에 다시 직장을 구하려니 녹록지 않았다.

지방의 한 대학 공학전자계산학과를 나와 기능사 자격을 땄고 경력도 있었지만 재취업의 벽은 높았다. 이력서를 20장 넘게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러다가 올 4월 잡월드를 만났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고우넷과 연결돼 대리급 엔지니어로 채용됐다. 여러 기업, 대학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신씨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 장애가 업무에 지장을 전혀 안 준다"며 "장애인 구직자를 편견 없이 대하는 기업들이 잡월드에 더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 후 4년간 일 못 찾았던 지방대생…"일이 몰려 기쁘다"

2005년 지방의 한 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한 이성광(34)씨는 제대로 된 직장을 못 찾고 4년을 보냈다. 적성에 안 맞은 영업직 몇 곳을 전전하던 그는 2009년 7월 잡월드에서 터널공사 전문업체 강릉건설에 입사했다. 10여명이 함께 일하는 지방 공장에서 장비·부품 구매, 일용직원 관리, 회계 업무 등을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3년4개월째 펄펄 날고 있다. 이씨는 "일이 없어 고민이던 예전과 정반대로 일이 몰려 기쁘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찾아서 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