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열 아들 못지않다! 위풍당당 재벌가의 사위들

재벌가의 3세 경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딸들과 더불어 ‘백년손님’ 사위들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영에 적극 참여하며 회사 내에 새바람을 일으키는가 하면, 경영권을 물려받는 등 아들 못지않게 기업에서의 기둥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재벌가 사위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13일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오너 가족 중 유일하게 승진한 인물은 에버랜드·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남편 임우재 부사장이었다. 그는 삼성전기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지난해 오너 가족 중 유일하게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던 맏사위의 면이 섰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던 둘째 사위 김재열 부사장은 제일모직 사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둘째 사위인 현대카드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이미 능력 있는 CEO로 정평이 나 있다. 셋째인 현대하이스코 신성재 사장의 성과도 남다르다. 동양그룹은 사위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최초의 기업이다. 철저하게 혈연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던 재벌가에서 사위들의 활약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家 사위들

▲ 임우재 김재열

맏사위 임우재
삼성가의 맏사위이자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삼성전기 임우재 부사장은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오너 가족 중 유일하게 승진 명단에 오르며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삼성 측은 “임우재 부사장이 근무 연한 2년을 채웠다”며 “신상품 아이디어 제시를 비롯한 경영 성과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임우재 부사장은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998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평범한 집안의 아들과 재벌가 큰딸의 결혼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미주 본사 전략팀,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제일기획 이서현 부사장의 남편인 제일모직 김재열 경영총괄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서현 부사장과는 별도로 계열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너 일가가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인데다, ‘경영기획총괄 사장’이라는 직책 역시 이번에 새로 생긴 자리다. 제일모직과 삼성엔지니어링 둘 다 화학 분야와 연관성이 많은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이서현·김재열 부부의 힘을 구축하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김 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지난 2000년 이서현 부사장과 결혼 당시 국내 최대 재벌가와 언론 재벌가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과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웨슬리언대학교 국제정치학 학사를 거쳐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했다.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를 시작으로, 제일모직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상무,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수행하면서 삼성의 핵심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기도 하다.

▲ 문성욱

신세계家 사위

문성욱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사위이자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남편인 신세계 I&C 문성욱 부사장이 이마트 중국본부 해외사업총괄 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전략적인 사고, 국제적인 감각, 추진력을 고루 갖춰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해외사업 적임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문성욱 부사장은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문청씨의 아들로,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문 부사장은 2001년 소프트뱅크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정유경 부사장과 결혼했다. 이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 신세계 I&C 상무로 승진한 뒤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 정태영

현대家 사위들

둘째 사위 정태영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재벌가 사위들 중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3년이나 적자였던 현대카드를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바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등의 카피로 유명한 광고들은 모두 그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2009년에는 현대차 계열 금융회사 세 곳의 영업이익을 1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정태영 사장은 종로학원 정경진 회장의 큰아들로,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시작해 현대정공,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를 거쳐 2003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셋째 사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신성재 사장의 성과도 남다르다. 그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주목받았다.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하이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TV 광고를 했다. 그룹 내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평가다.
신성재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루터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페퍼다인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역시 평사원 출신으로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수출부에서 근무하던 중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정윤이 전무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현대하이스코로 옮겼으며, 수출 담당 이사와 영업본부장 겸 기획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영업본부장 겸 기획담당 부사장 시절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선두훈

나만의 길을 간다!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 선두훈 이사장
‘사위복’ 많은 정몽구 회장도 어찌할 수 없는 사위가 있다. 맏사위인 대전선병원 선두훈 이사장이다. 그는 엉덩이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다 2001년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가 부친이 일구어온 병원에 자리 잡았다. 현재 대전 선병원은 전문 경영인인 둘째 선승훈 씨가 경영을 맡고, 치과의사인 셋째 선경훈 씨가 치과병원을 담당하면서 삼형제가 이끌어가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아내인 정몽구 회장의 맏딸 정성이 고문 역시 경영에 직접 나서는 대신 남편 내조에 주력하고 있다.

신두식
지난해 결혼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맏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 중인 신두식 씨와 결혼했다. 신 씨는 서강대 신혜경 명예교수의 아들이다. 일각에서는 신 씨의 현대그룹 입사를 유력시하고 있다.

동양家 사위들

맏사위 현재현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이라 사위들의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의 두 딸도 경영에 참여했으나, 사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위들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고 전해진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다. 지난해 말 현 회장의 장남 현승담 동양시멘트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3대에 걸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현상윤 박사의 손자로, 경기중·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1975년 부산지검 검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이양구 회장의 장녀인 동양레저 이혜경 부회장과 결혼한 뒤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동양그룹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1988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 고비도 있었으나, 2009년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생보업계 최초로 동양생명을 상장했다. 최근 또 한 번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자금난에 숨통이 트이고 경영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담철곤

둘째 사위 담철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과 공동 CEO를 맡은 특이한 케이스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오리온그룹을 급성장시키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담 회장은 그룹 총괄을, 이 사장은 외식엔터 총괄을 맡아왔다. 오리온그룹은 제과사업을 바탕으로 외식, 케이블 TV 등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2001년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올리기도 했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넘어온 화교 집안 출신인 담철곤 회장은 외국인학교를 거쳐 미국 워싱턴대학을 나와 1981년 동양제과에 입사했다. 이화경 사장과는 외국인학교 재학 시절 만나 10년간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 당시 담 회장이 화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이 사장이 “먼 미래에 중국 시장이 열리게 될 때 이 사람의 가치를 생각해달라”고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가 최고의 러브스토리 주인공은 누구?

▲ 이부진 임우재

삼성그룹 vs. 동양그룹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 사장의 결혼은 현대판 ‘남데렐라’로 주목을 받았다. 임우재 부사장은 지방에서 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는 집안의 장남이었고, 단국대를 졸업한 삼성의 평사원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임 부사장이 입사하던 1995년,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그는 ‘한남동 자택 개발 프로젝트’에 파견되면서 자택을 드나들었고, 첫 대면에서부터 두 사람은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회봉사활동에서 이어졌다. 임 부사장이 소속된 부서가 격주로 어느 아동 보호시설을 찾았는데, 그곳은 이 사장이 근무하고 있는 삼성복지재단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복지시설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축복받지 못했다. 삼성가에서는 당연히 결혼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이 사장은 집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결혼 승낙을 받았다.

동양그룹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의 사랑도 유명하다. 담 회장이 화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결혼에 골인하기까지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나란히 경영에 참여하며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고, 노년이 된 지금도 이들의 사랑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백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담 회장의 재판이 열렸다. 이 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둘만의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진술을 했고, 이것은 곧 화제가 됐다. 이 사장은 증인석에서 “창업자의 딸인 나로 인해 남편이 회사 경영에서 소외된 때도 많았다”며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서 서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남편 담 회장을 바라보며 “남편이 화교라는 이유로 집안 반대가 심했다”며 “먼 미래에 중국시장이 열릴 때 이 사람의 가치를 보자며 가족을 설득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담 회장 역시 당시를 회상하는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SK家 사위

박장석
대표적인 재벌가 사위로 SKC 박장석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SKC는 매출이익,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C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고 최종건 창업주 회장의 둘째 사위 박장석 사장이다. 그는 재계에서 손꼽히는 ‘사위 CEO’이며,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 대표이사 회장에 이어 그룹 내 ‘넘버 2’로 SKC를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금융인인 고 박주의 씨의 아들로, 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SK의 전신인 ㈜선경에 입사했다.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딸 최혜원 씨와 결혼한 후 SKC 전략기획·정보·구매 담당 상무이사, 경영지원본부장, 정보통신사업본부장, 관리총괄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4년 사장 자리에 앉았다. 이후 사양산업이었던 비디오테이프 등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고 산업용 광학필름 등 핵심 산업에 집중해 SKC를 업계 대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애경家 사위

안용찬
애경그룹은 채형석, 채동석, 채승석 삼형제가 각각 그룹 총괄, 유통백화점, 부동산·골프장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영신 회장의 유일한 사위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의 활약도 이에 못지않다. 안용찬 부회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외동딸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이다. 30대 젊은 사장으로 취임한 후 부채 폭을 줄이는 등 남다른 경영 수완을 발휘해온 그는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맡았고, 부진한 실적과 부실한 재무구조를 어느 정도 개선해 흑자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부회장은 통역 장교 1기 출신, 육군 참모총장 수석 보좌관, 미국 엔지니어링 회사 플로코리아의 한국 대표 등을 지낸 안상호 씨의 아들이다. 연세대 졸업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유학 시절 잠시 귀국했을 때 당시 안 부회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채은정 부사장 외숙모의 주선으로 채 부사장을 만나게 됐고, 채 부사장이 대학 3학년일 때 결혼했다. 안 부회장은 유학을 마친 후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했으며, 애경화학 이사, 애경유화 전무, 애경 전무, 애경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6년 애경그룹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크라운 해태제과家 사위

신정훈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의 딸 자원 씨의 남편인 해태제과 신정훈 사장도 떠오르는 사위 CEO다.

신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인수 후 해태제과 관리재정본부장으로 핵심 역할을 수행했으며,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경영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사위의 경영참여, 우린 반댈세!

LG그룹의 보수적인 가풍
재벌가 사위들의 경영 참여가 늘고 있지만, 딸이나 사위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기업도 많다. LG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딸만 둘이다. 그런데 그는 2004년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옛날 방식을 택했다. 동생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장남 광모 씨를 양자로 호적에 올린 것. 사실 구 회장에게는 능력 있는 사위가 있다. 장녀 연경 씨와 결혼한 윤관 블루런벤처스 한국지사 사장이다. 그의 LG그룹 경영 참여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딸들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가풍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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