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골목상권 철수 도미노
호텔신라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도 베이커리·커피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재벌그룹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베이커리사업을 하는 다른 대기업들도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현대차그룹은 27일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던 '오젠'사업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씨가 고문을 맡고 있다. 오젠은 그동안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과 제주해비치호텔 등 2곳에서 매장을 운영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오젠이라는 상호를 없애고 양재동 매장은 본사 직영의 비영리 직원 휴식 공간으로, 제주해비치호텔 매장은 고객 라운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오젠은 샌드위치나 김밥 등을 판매하는 사내 매점 성격의 편의시설이었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포숑 매장 7군데가 모두 롯데백화점 안에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윗선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장선윤 대표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고민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가진 조선호텔베이커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신세계는 "1990년대부터 베이커리사업에 진출했고, 대부분 매장이 백화점과 이마트에 있어 골목 빵집과는 상권이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소 자영업자의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로드숍이나 가맹점 사업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베이커리사업 축소 분위기가 외식업으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들은 라멘(일본식 라면)·카레 등 중저가 외식사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중소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빼앗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경그룹은 일본 치카라노모토사와 제휴해 일본 라면 체인점 '이퓨도(一風堂)'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 카레 브랜드인 '도쿄하야시라이스클럽'도 들여왔다. 매일유업은 김정완 회장이 나서서 인도식당 '달', 일본식 레스토랑 '만텐보시' 등 외식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대상그룹도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와이즈앤피를 통해 동남아 음식점 '터치오브스파이스'를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