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대규모 단전(斷電)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에서 연봉 1억 이상 받는 임직원들이 234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공기업에서 잘 먹고 잘 잔다”고 한 말이 증명된 셈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19일 지경부 국정감사와 관련, 2010년 기준으로 지경부 산하 기관 60곳의 1억 이상 연봉자 수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단전 사태와 관련된 기관들이 상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전력이 758명으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625명), 중부발전(204명), 동서발전(201명), 남동발전(181명), 서부발전(179명), 남부발전(13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68명으로 13위를 차지했다. 이들만 합치면 2349명이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소 책임자들을 모아 놓고 “당신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공기업에서 잘 먹고 잘 자고 한다고 이런 식으로 전기를 끊어도 되느냐. 정부가 국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해졌다”고 말했다.
 
당시 한전 관계자들은 해명만 늘어놓다가 대통령에게 질책을 당했다. 김우겸 한전 부사장이 “단전 조치와 관련해 사전에 대국민 홍보를 할 의무 규정은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전기를) 자르고 해도 되는 거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담당자들이 “가두(街頭)방송을 각 지역에서 사전에 했다”고 하자 "어디서 했느냐. 확인했느냐"고 되물었고, 담당자들이 “전체적으로는 확인 못 했다”고 하자 “이런 사태가 생겼는데 확인도 안 해보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거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전력거래소는 전력 공급 용량 허위 보고 의혹을, 발전소들은 지경부의 공문대로 발전소 정비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 회견에서 “전력거래소가 보고한 공급 능력에 허수가 있어 허위보고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절기 비상대책이 종료된 8월31일 자로 9월23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는 공문을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에 보냈는데도 원래 계획대로 발전소 정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전의 경우 1억 이상 연봉자가 2009년에 비해 500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기여했다는 점 등이 높이 평가돼 기획재정부의 정부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와 관련 2009년 월급의 352%인 1인당 1290만원의 성과금을 받은 데 비해, 2010년에는 월급의 500%인 1인당 1890만원의 성과금을 받아 1억원 이상 연봉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간 1인당 성과금이 1년 새 6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한전 전체 임직원은 2만여명이다. 2010년 한해 지급된 성과금만 3980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관들이 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돈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 지경부 산하 기관 1억 이상 연봉자 수는 한국가스공사 106명, 전기연구원 97명, 에너지기술연구원 70명, 전자통신연구원 55명, 석유공사 50명, 무역보험공사 38명,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23명, 코트라 22명, 강원랜드 16명 등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