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와 현장 간담회..복지 사각지대 챙기기 행보

“택배 차량은 주정차 위반 기준을 10분이라도 연장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높은 빌딩에 물건을 전달하고 오려면 기존 15분은 너무 짧습니다. 한 달이면 4~5번 주정차 단속에 걸려 과태료가 20만원 정도 나와요.”(택배기사 조모씨)

“단속할 때 (택배 기사들에) 편의를 좀 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일부러 늑장을 부리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 단속할 때 고급차 단속은 철저히 하고, 1t 이하의 차량 단속은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좋을 것 같다.”(이명박 대통령)

23일 오전 8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 신수동 한진택배터미널에 베이지색 점퍼 차림으로 들어섰다. 이달 초 택배 기사가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현장 고충을 토로하자, 이날 아예 일선 택배 기사 등과 만나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제9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겸한 이번 현장 간담회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청와대에서 백용호 정책실장, 김대기 경제수석, 진영곤 고용복지수석 등도 배석했다.

“물가와 기름 값은 모두 오르는데, 왜 택배비는 떨어지나요. (택배차량 번호판을 빌려 일하는) 지입 기사는 하루에 150건 이상 택배를 해야 겨우 집에 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택배기사 조모씨)
“(택배 업을 하는 경우는 특수업무 형태 종사자인) 사업자라서 산재 보험 혜택이 안 되는 게 있습니다.”(박종수 용달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장)

일선 택배 기사들은 주정차 단속 문제 이외에도 ▲낮은 택배비 ▲산재 보험 혜택 문제 ▲매달 번호판 값 형식으로 15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지입차량 문제 등의 고충을 쏟아냈다. 5~6평 남짓한 터미널 내 간담회장에서 무릎을 마주하고 앉아서인지 택배 업계 관계자들은 진솔했고, 이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은 “정부가 해당 이해 단체들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택배 사업 규모가 작았지만, 지금은 굉장한 규모로 성장했으니 이에 걸맞은 법체제를 만들 때가 됐다”며 “정부가 각기 다른 이해 단체의 말에 끌려 다니면서 검토만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새로 시작하는 형태로 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책임 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 행태에 대해 질타한 것이다.

이날 화물 박스를 옮기는 일을 돕기도 한 이 대통령은 “택배 기사들이 오늘 회사 사장들도 나와있으니까 세게 불만을 얘기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그래도 오늘 현장 얘기를 들으니 (택배 업계의) 전반적 구조를 알게 됐다.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