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노력으로 20여 년 전 공문서를 찾아내 수억원의 예산을 아낀 자치단체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22일 전남 영광군에 따르면 종합민원과 건축담당 이동철 주무관(8급)은 지난 13일 군청 내 수만장의 공문서가 보관된 서고에서 20여 년 전에 작성된 문서 한장을 찾아냈다.

이 문서는 지난 1992년 6월 작성된 영광읍의 한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된 토지의 사용승낙서로 만약 찾지 못했다면 6억원 상당의 군 예산을 지출해야 할 상황이었다.

문제는 영광군이 영광읍 모 공공시설 주변도로 확장(1억9019만원) 및 지붕가림시설(7억1000만원)을 설치하는 등 사업비 9억여 원을 들여 시설현대화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행했다. 군은 수십년간 도로로 사용해왔던 이곳에 별 문제없이 철거공사 등을 마무리하고 포장 및 지붕가림시설 공사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초 보상을 요구하는 토지 소유주가 나타났다.

사업주체 단체나 군은 20년 가량 도로로 사용해온 이 땅이 당연히 군에 기부채납됐거나 토지사용승낙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를 증명할 서류를 찾지 못했다.

감정가나 거래가 등으로 환산하면 6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출해야 할 처지였다.

도로확장 공사비의 몇 배를 토지보상비로 써야할 예기치 못한 상황에 공사 지연은 물론 예산에 맞춰 공사 자체를 축소해야 할 판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 근 한달여 동안 공사추진 부서 등 관련 공무원들은 90년대 초 해당 토지와 관련된 서류를 찾기 시작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2004년 이후 거의 모든 문서를 전산화해 보관하고 있는 자료관리시스템까지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타 부서였지만 건축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종합민원과 건축계 이동철 주무관이 나섰다.

이 주무관은 우선 20여 년 전 종합민원과 서류부터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과거 건축계가 지역경제과 소속이란 점을 감안해 문서고를 다시 뒤지다가 지난 13일 해당 토지 소유주 명의의 토지사용승낙서를 찾아냈다.

해당 문서는 '도시계획선 저촉부분을 도로로 사용해도 이의 없다'는 내용으로 사용승낙자의 인감증명까지 첨부돼 있었다. 수억원의 토지보상비 지급 문제는 물론 무려 한달여 동안 해법을 찾지 못하던 동료들의 고민까지 한번에 해결된 순간이었다.

이 주무관은 "20년 전은 정부보존문서 관리규칙이 없어 해당 문서가 폐기됐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당시 업무 담당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준 영구 보관문서로 분류했던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문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