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6개월마다 소와 돼지 등에 구제역 백신이 접종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14일 “구제역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져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려면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구제역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6개월마다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전국의 소, 돼지에 구제역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으며 6개월 후인 8월 쯤 다시 일제 접종을 할 예정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일정 기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를 ‘백신 비접종 청정국’ 또는 ‘백신 접종 청정국’으로 지정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민 정서와 대외 이미지 등을 감안해 ‘백신 비접종 청정국’ 지위를 고집해왔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축산 방역 정책의 방향을 지금까지의 ‘비접종 청정국’ 대신 ‘접종 청정국’이 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비접종 청정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인근지역의 소·돼지를 모두 살(殺)처분해야 하지만, 접종 청정국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만 골라서 살처분하면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백신 비접종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한 인근에 모두 살처분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이 13일 현재 150만623마리에 달하고, 살처분 보상금 등 예상되는 정부 지출은 2조 원대로 추산되는 등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OIE는 백신을 접종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를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국가보다 한 단계 낮은 청정국으로 인정하지만, 실제로 백신을 맞은 소나 돼지의 고기나 우유 등이 인체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다.

구제역 백신을 계속 쓰면서 청정국 지정 신청을 하려면 최근 2년간 임상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고 1년간은 혈청검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백신 접종을 중단한다면 마지막 접종 후 6개월간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신청 자격을 갖는다.

정부는 향후 6개월마다 백신을 계속 놓으면서 기회를 노려 적절한 시점에 OIE에 요청, 백신 접종 청정국의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