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사람을 키우고 국가브랜드도 높인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성취도, 대대로 흘러온 '교육 DNA' 덕”

세계 50개국 중 과학ㆍ기술 부문 4위, 이미지 19위, 국민의식 30위.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의 현주소다. 해외 평가가 아니라 지난달 국가브랜드위원회(PCNB)가 발표한 ‘국가브랜드지수’ 조사 결과다. 해외의 시각은 더 나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세계 각국은 국가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라의 브랜드가 곧 자국 기업,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바탕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로 부상한 우리나라도 국가 브랜드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삼성은 알아도 코리아를 모르는' 세계인들이 존재하는 이상 한국이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할 듯 싶다. 국가브랜드 강화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 바로 국가브랜드위원회. 이 곳을 이끄는 이배용(63) 위원장은 ’교육‘을 국가브랜드 향상의 비결로 꼽았다. 이화여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하며 30년 가까이 교육자로서 활동해왔던 그는 “국가브랜드는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며 그 사람은 교육으로 키워지기 때문에 결국 교육이 국가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했다. 지난 22일 이 위원장을 만났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의 현황과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역할은.
“국가브랜드는 국가의 품격, ‘국격’을 이르는 말이다. 신뢰도ㆍ호감도ㆍ인지도 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 각인되는 이미지나 품격이 어느 정도인가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국가브랜드위원회’다. 국가의 브랜드에는 과학, 기술력, 제품 등 ‘하드웨어’적 측면과 문화, 정신, 교육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적 측면은 세계적 수준인데 반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그에 따르지 못해 총체적인 브랜드 이미지에서 점수가 깎이는 부분이 있다. 이를 보완하고 살펴 총체적으로 끌어올려야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높아질 수 있다.”
 
-위원회의 올해 성과와 내년 계획은.
“올해 큰 성과는 우리나라가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계로부터 크게 주목받은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국민의 성숙된 모습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질서의식, 자발적 참여의식, 봉사정신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국가브랜드 지표도 상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32위였던 것을 두 단계 끌어올려 30위가 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국가브랜드 지표 중 정부, 국민, 수출, 이민, 투자, 문화, 관광 6개 분야는 여전히 취약하다. 내년에는 취약 부분들을 집중 공략해 전체적인 국가브랜드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다. ”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교육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하셨는데.
“맞다. 대개 한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 사람을 통해야 하는데 사람은 결국 교육을 통해서 키워지기 때문에 국가브랜드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우리 교육은 넓은 시야와 신뢰,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지식교육에만 몰두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신뢰와 책임감을 키워주는 인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것을 유아 때부터 꾸준히 교육시켜야 국제 시민사회에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교육열에 대한 언급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교육열에 대한 언급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재들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높은 교육열도 있지만 그만큼의 성과도 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역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연구하며 터득한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교육의 DNA’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20세기 어려웠던 시절을 단시간에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두뇌가 굉장히 총명하고 창의력이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자원도 적고 땅도 좁은 나라에서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경제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그러한 DNA가 우리 몸 속에 흘러왔기 때문이다. 교육열이 높은 것은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이에 대한 걱정보단 교육으로 배출된 인재들이 꿈을 이루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고민해야 한다.”
 
-‘주전자’교육 철학으로 유명하신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심’과 ‘따뜻함’이다. 또 성장하면서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교육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대학 총장을 하며 항상 강조해왔던 것이 바로 ‘주전자 정신’이다. ‘주’는 주체의식을 말한다. 교육을 받기 위해선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것이 주체의식이다. ‘전’은 전문성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자’는 자신감이다. 사회에 나가서 당당하게 대처하려면 겸손한 자신감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주전자 정신’을 형상화한 주전자는 물을 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긍정심과 따뜻함, 균형과 조화의 물을 주전자에 채웠으면 자신만 갖지 말고 후배들에게도 부어서 나눠주라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다.”
 
-한국 교육에 대해 한 마디.
“옛날 어머니들은 자식 교육에서 지성뿐 아니라 인성을 강조했다. ‘훌륭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말이 있듯 전통시대 어머니들의 인성 교육에서 애국자도 나오고, 훌륭한 리더들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은 입시 위주에만 너무 몰두해있다. 이런 점에서 작년부터 교과부나 대교협 등이 입학사정관제 등 인성을 중시하는 공교육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우리 학부모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이 조금 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마련돼 자리 잡았으면 한다. ”
 
◆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 1947년 서울 출생
- 1969.2 이화여대 사학과 졸업
- 1985.3~현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 2006.8~2010.7 제13대 이화여대 총장
- 2009.6~2010.4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 2010.10~현재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비즈니스앤TV 강시진 기자 [ksao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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