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로봇수술 도입 세브란스 양승철 교수

국내에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의대 교수가 로봇 수술 효과가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데도 병원들이 고가(高價)의 수술비를 받으며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양승철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로봇 수술 평가 토론회에서 "요즘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배를 열고 하는 기존 수술은 '피가 철철 난다', '입원 기간이 길다'며 로봇 수술을 유도하고 있다"며 "병원들이 하는 걸 보면 가관"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지난 2005년 국내에 로봇 수술을 처음 들여와 시행한 의사로, 그가 속한 세브란스병원은 로봇 수술이 활발한 병원 중 하나다. 현재 로봇 수술은 전국 27개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7200여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 비용은 700만~2000만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액 환자 부담이다. 기존 수술에 비해 3~7배 비싸다.

양 교수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로봇 손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의사 손이 수술 부위를 직접 만지며 느끼는 섬세함을 따라올 수 없다"며 "수술 결과를 놓고 봐도 로봇이나 기존 수술이나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병원들이 마치 기존 수술은 구식이고 로봇 수술은 첨단인 양 선전하며 환자를 호도하고 있다"며 "로봇 수술을 국내에 들여온 당사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현재 자신은 로봇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건의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로봇 수술을 흔히 시행하는 비뇨기과 질환의 경우, 출혈량이 기존 수술에 비해 다소 적지만, 요실금·발기기능장애 감소, 입원기간 단축 등 로봇 수술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양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로봇 수술 원조 의사'의 양심선언이라는 의견과 과도한 지적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로봇 수술 의사는 "사람 손이 들어갈 수 없는 부위를 로봇 손을 움직여 정확히 떼어낼 수 있다"며 "기존 수술법으로는 아예 하지도 못했던 수술을 로봇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 교수가 로봇 수술의 발전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비판이라는 것이다. 또 로봇 수술이 한국 의료를 대표하는 기술로 인정받아 미국·일본 등 선진국 의사들도 로봇 수술을 배우러 한국을 찾고 있는데, 양 교수 주장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메스로 째는 기존 수술도 기술이 발달해 치료 효과가 좋고, 수술로 인한 부담도 적고, 상처도 작다"며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어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줘야 할 병원들이 '로봇 장사'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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