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남성이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강릉의 한 학교에서는 30대 교사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여고생 제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사건 등 온 국민을 경악케 만든 성범죄들이 잊혀지기도 전에 최근 학교 내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잇따라 나오며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학교 정문 앞, 자녀의 하굣길을 맞는 어머니들로 북적입니다.

<인터뷰> 박상미 / 서울시 중구
"아이가 걱정돼서 항상 데리러 와요, 매일"

<인터뷰> 김정은 / 서울시 마포구
“요즘에 위험한 일도 많이 있고, 불안하니까... 특히 여자애여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데리러 와요.”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학교가 울타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학교 안전망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지난 2년 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1건이던 초등학교 성범죄가 10건으로 증가했고 중학교는 평균 2.5건에서 13건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문진 / 서울시 교육위원회의원
“초등학교의 경우는 (2년 전으로 봤을 때) 2008년도에 2건이고 2009년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2010년도에는 10건으로 증가했고, 중학교의 경우는 2008년도에 3건 2009년도에 2건이던 것이 지금은 13건으로 증가했어요.”

최 모씨는 4주 전 8살 딸아이와 함께 서울의 한 아동상담센터를 찾았습니다. 한 달 전쯤 아이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낀 최 씨는 학교와 상담센터의 협조를 통해 아이가 6학년 상급생에게 3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한 것을 밝혀냈습니다. 

<인터뷰> 최지성 (가명, 38)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은 부모는 모르죠.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안 해봤고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지금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모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고 아이도 상처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 해 6000여건이나 발생했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당사자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려 보고된 피해사례가 전체 피해의 10% 정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란 겁니다. 그렇다면 아동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최근 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범죄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형량을 강화했고, 20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했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해 처벌 수준이 엄한 편이지만 성범죄 공개를 꺼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신고부터 기소, 유죄 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아동 성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성교육과 신고문화 확산 등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지적합니다.

<인터뷰> 차승희/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
"성이라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다른 피해에 비해서 신고율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학교의 이미지 때문에 혹은 교사의 관리감독 소홀의 문제 때문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이 지난 7월 ‘아동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정부와 국회, 유관 기관들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학교와 학원 등에서 성범죄 전과자가 종사하는지 확인해 퇴출키로 하고, 서울시는 내년부터 서울시내 모든 국공립 초등학교 547곳에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학교 보완관’을 하루 16시간씩 배치키로 했습니다.

<인터뷰> 오제성 / 서울시 교육격차해소과 팀장
“내년도부터는 모든 국공립 초등학교에 ‘학교보완관’을 두 명씩 배치해서 성폭력 등 학교폭력 예방에 힘쓸 계획입니다.”

또 교육부에서는 올해 안에 모든 초등학교에 CCTV 설치할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소와 보호시설 등을 산하에 두고 신체적 치료부터 정신적 상담, 법률관계 문제까지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성범죄 대책들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앞서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성폭력 예방 교육 시간을 학교 내에서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학교 차원의 성교육 프로그램은 1년에 10시간 의무고 나머지는 개별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와의 공조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앙에서의 관리와 교육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자발적인 예산 운영과 정책 집행이 동반돼야 합니다.

<인터뷰> 박동혁 / 여성가족부 권익기획과 사무관
"우리나라는 성폭력범죄가 아동대상으로 발생하면 중앙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래 성폭력범죄는 중앙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지역단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돼야하는데, 지자체에서는 예산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져다 주는 성범죄. 나이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엄한 법 적용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비즈니스앤TV 강시진 기자 [ksaone@chosun.com]

(이 기사의 내용은 4일 오전 10시 20분, 5일 오전 12시 20분, 6일 밤 10시 20분에 'TV로 보는 맛있는 공부'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영상 촬영/편집 서무원PD, 김진수PD, 용민우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