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이해로 교사-학생-학부모 갈등 이어져
'권리'만 주장'책임'에 대한 교육 필요해
전국적 통일된 조례 마련도 시급

경기도 교육청은 10월 5일을 '학생의 날'로 정하고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도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벌없는 사회 등 진보성향의 교육ㆍ시민단체들(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이 '학생들의 교내 집회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발표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주민발의를 통해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다보니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권리 충돌'이 이어지며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졸았다며 체벌이 가해졌고, 오후 수업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곧바로 학생의 인권과 수업권에 대한 지적이 일었고 이에 맞선 교사의 교수권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학생인권조례', 이대로 괜찮은 걸까?

 ◆ '학생 인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교사ㆍ학생 간 갈등 깊어져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학생들이 '인권'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조례안에서는 인권에 대해 '학생의 인권'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권리와 자유 중 학생에게 적용 가능한 모든 권리라고 규정했다. 

 서울 영훈고등학교 지윤섭 교사는 "체벌금지가 마치 교사들이 학생들의 모든 행동을 허용해주는 것처럼 알려져 전보다 수업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며 "학부모들이 동료 교사에게 막말을 하는 것도 봤다. 사정이 이런데 열과 성을 다해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인천 한길초등학교 전재호 수석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 수업을 이끌어가고, 학급을 운영하는 게 너무 힘들다" 며 "어린 학생들이 '인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정책을 바르게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이루는 교육 공동체 안에서 학생들이 본인의 '인권' 만 주장하다보면 학부모ㆍ교사의 '인권', 그리고 교사의 '교수권'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책임' 교육 필요성 높아져학교 자체적으로 교육

 김 대변인은 "학생들이 '학생 인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지역 교육청이 인권조례를 만들면서 '책임'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담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교육청의 '경기도학생인권조례'나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전면금지 조치' 어디에도 학생들의 권리에 따른 책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의 권리와 자율, 학교의 금지 의무만 명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안양고등학교 김 모교사는 "학교 현장을 고려했다면 학생들의 권리만 나열한 이런 조례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시범 시행하는 수원 청명고등학교 조도연 교장 역시 '책임'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시행 초기에는 학생들과의 갈등이 많았다"며 "책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 테두리 여전히 필요, "전국 통일된 조례 시행돼야"

 교육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교사의 테두리는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며,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한 인간"이라며 "학생들의 인권은 존중하되, 그 인권은 선생님들의 적절한 지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교사의 교수권이 포기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역 교육청마다 각기 다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이성호 교수는 "교육감이 바뀌면 학생인권조례도 바뀌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조례나 교육법령을 시행해 혼란스런 학교 현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의 내용은 23일 오전 10시 10분, 24일 오전 12시 10분, 25일 밤 10시 20분에 'TV로 보는 맛있는 공부'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www.businesstv.co.kr/영상 촬영/편집 서무원 용민우 김진수 'TV로 보는 맛있는 공부' 시청자 카페 cafe.naver.com/tvd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