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능ㆍ친환경 욕실 시대 '성큼'
유비쿼터스 욕조 등장…세숫물은 변기에 재활용
깔끔한 디자인 대세, 욕실마다 다른 분위기 연출

'욕실이 진화하고 있다.'

위생과 배설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간으로 꾸며졌던 욕실이 첨단 제품과 깔끔한 디자인을 만나면서 '보여주고 싶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고급스런 마감재와 친환경 소재들이 욕실에 적용되면서 휴식과 건강까지 생각하는 '다기능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같은 집에서도 세면대는 제각각

'네모난 욕조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거울로 보이는 똑같은 욕실, 네모난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네모난 수납장에서 꺼낸 네모난 수건.'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까지의 욕실 모습은 네모 반듯한 모습이었다.

욕실이 3개 있는 2층 집에 사는 주부 구연지(42·서울 방이동)씨는 비슷한 공간 활용과 비슷한 모양의 욕실 제품에 불만이 많다. 구씨는 "손님들이 쓰는 욕실과 부부가 쓰는 욕실이 따로 있지만, 전부 똑같은 모습"이라면서 "욕실을 개조할 기회가 생긴다면, 깔끔하면서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요구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수도권의 아파트들 대부분은 같은 집안에서도 욕실의 세면대가 각기 다른 모양이다. 작은 변화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둥근 형태와 사각, 마름모 형태 등 다양한 세면대가 비치돼 있다.

이 중 전통 도자기 제조법을 도입한 '이중투각 세면대'는 이채롭다. 세면대 표면을 두 겹으로 처리해 바깥 부분에 모양을 새긴 것으로, 형태는 물론 질감 면에서도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욕실 내부의 마감재도 욕실의 크기와 공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일명 대중목욕탕 타일로 유명한 3cm 내외의 푸른색 타일에서 벗어나 대리석을 적용하는 등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산의 한 아파트의 경우 부부 욕실에는 은근한 빛이 도는 '마살 베이지' 대리석을, 공용 욕실에는 '시나이 펄' 대리석을 깔아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화로 욕조 물 받고, 목욕하며 전화 받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식사동 한 아파트의 경우 거실에서 컨트롤기를 통해 욕조에 물을 받고, 물 온도도 조절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돼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거실은 물론 집 밖에서도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물 공급이 설정된 온도에 맞게 이뤄지는 점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38도 온수를 맞췄는데 물이 차가울 경우 자동으로 뜨거운 물이 공급돼 설정된 온도를 유지해 준다.

목욕하던 중 외부에서 온 손님을 위해 문을 열어 주는 경우도 비슷한 기술이 적용됐다. 욕실 내부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현관문을 열어 줄 수 있고, 심지어 집으로 온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경기 화성시 반송동 S 타운하우스의 월풀 욕조는 물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기포 기능이 작동한다. 월풀 욕조는 수많은 기포를 발생시키는 제품 특성상, 물의 양이 부족할 때 펌프의 공회전 수가 많으면 잦은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욕조의 첨단화는 형태나 물 절약 기능으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욕조 내부를 계단 형태로 만들고 내부에 간이 의자를 설치해 족욕과 반신욕, 샤워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욕조도 개발되고 있다.

이화하이테크 배문수 대표는 "많은 기업이 친환경적인 측면이나 물을 절약하는 방법에 고심 중"이라면서 "현재 다 쓴 세면대 물을 양변기로 보내 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안전하게, 더 편하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욕실의 최첨단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에 '욕실 내 안전의 의미'를 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세련된 분위기가 연출된 욕실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습기가 많은 욕실 특성상 이용 도중 넘어지기라도 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욕실 내 샤워 공간을 따로 분리해 실족할 수 있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연세대학교 이연숙 주거환경과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욕실을 이용하는 연령대도 크게 높아졌다"면서 "관련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13일 밤 9시50분,11시50분과 14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영상취재편집 김행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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