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01X번호를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3년간 한시적으로 010으로 번호를 바꾸지 않고, 현재 사용중인 이동통신 사 내에서 기존의 01X번호로 스마트폰 등 3G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의 기존'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010 전환에 반발하는 01× 번호 사용자들의 입장도 일부 감안한 것으로, 9월 중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현재 모든 국번을 010으로 강제 통합하는 방안과 01x 번호를 사용하되 발신번호는 010으로 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는 이 가운데 '한시적 유지 방안'이 가장 시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01× 고객은 앞으로 3G 방식의 스마트폰을 살 때 01×와 010의 번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대신 기존의 01×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으로 그 뒤 01× 번호는 폐지, 010 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동안 3G로의 이동을 거부하고 있던 이들에게 그동안 그림의 떡이었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이 들여다 보면 또 다른 불만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지난 2003년 옛 정보통신부는 011, 016, 017, 019 등 01X번호에 대한 특혜시비를 없애고 3G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3G 식별번호를 010으로 하고, 010 전환율이 80% 되는 시점에 번호 통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3G 가입자는 물론, 2G 신규가입자, 번호변경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010 번호를 부여 받았다. 대리점에서도 010 변경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변호변경을 유도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01X 번호를 유지하던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번호변경을 따랐고, 7월말 기준 010 번호 이용자는 전체의 83%(4135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방통위가 3년 뒤에 010 번호로 바꾸겠다고 약속하는 01X 이용자들에 한해 3G 서비스 이용시에도 기존 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4000만명의 010번호 이용자들을 역차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 및 시민단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사용을 활성화시키고 01X 번호 이용자들의 010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원치 않은 변호변경을 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다음 아고라 개설된 토론방에서도 방통위의 원칙 없는 정책변경 및 혼선에 대한 비판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입자 대다수가 번호변경을 한 상황에서 이제와서 일부 소비자들이 반발하니 01X를 쓰면서도 3G 전환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요자'라는 ID의 한 누리꾼은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존재하기 어렵겠지만 정책은 최소한 투명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며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더 이상 이렇게 혼선만 초래하는 정책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특정사업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내년 중 2G를 종료할 계획인 KT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분석과 함께 01X 가입자의 타사 이동이 금지되면 011 번호 가입자의 80% 가량을 확보한 SK텔레콤 역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2G 종료시점을 공식화한 적도 없고 기본적으로 전면적 번호통합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자들 중 가장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지난 2007년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번호통합정책 때문에 01X 사용자의 가입 허용을 포기했고, 01X 가입자 수도 170만명에 불과해 600만명을 보유한 SK텔레콤에 비해 월등히 적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리비전A 서비스 당시 01X 사용자의 서비스 가입을 포기하는 등 그동안 강제통합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부응해 왔다"며 "그런데 이제와서 01X 번호 사용자에게 한시적 3G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당초 정책의 취지를 번복하는거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만약 이 방안이 실행된다면 통신정책이 소비자보다 대형사업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단말기를 바꾸려는 소비자는 물론, 2G 번호까지 사실상 강제적으로 010으로 바꾼 마당에 이제 와서 01X 번호를 유지하면서 3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비자 생활과 직결되는 통신정책의 혼선은 소비자 및 시장의 혼란은 물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면서 "방통위는 더 이상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