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실수요자 DTI 5~10% 상향 ‘카드’ 제시할 듯
시장은 '글쎄'…"보금자리주택부터 임대 공급으로 돌려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주면 주택경기가 살아날까?'
정부가 오는 29일 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서 DTI 규제를 5∼10%포인트 상향조정하는 안 등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과연 금융수단인 DTI 규제완화가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려낼지 그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대책 발표시기를 한 달 정도 미뤄가며 장고(長考) 끝에 내놓는 ‘카드’ 치고는 ‘아쉽다’는 게 주택시장 반응이다.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시장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29 부동산대책 뭐가 담기나
27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 발표될 부동산시장 거래 활성화 대책에는 DTI 규제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연장,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담길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지역별로 40∼60% 적용되는 DTI 상한을 5∼10%포인트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10%포인트를 올리자는 주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TI 규제완화 혜택을 받는 실수요자의 기준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방에만 적용돼 온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까지 확대하거나 연말까지 ‘일몰제’가 적용되는 다주택자 취득·등록세 감면 연장 혜택도 이번 대책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완화 조치 연장은 관계 부처 간 이견이 상당히 좁혀져 최종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DTI규제 완화, 약발은 ‘글쎄’
정부가 고심 끝에 DTI규제 완화를 꺼내든 것은 지난 2001년부터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다 마지막 카드로 쓴 것이 DTI 규제였고 그 효과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규제완화로 부동산거래 활성화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을 바라보는 건설부동산업계의 반응은 한 마디로 ‘아쉽다’는 것이다. 경기지표는 좋다고 하지만 실물 경기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택 매수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어 예고된 대책으로 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논란이 돼 온 DTI가 완화된다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0% 정도 더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사고 싶다는 심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DTI 규제는 서울 강남 3구가 40%, 서울이 50%, 인천·경기도는 60%로 제한돼 있지만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의 평균 DTI 소진 비율은 20% 정도에 그친다. 결국 DTI 때문에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심리안정을 시킬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거래 활성활 대책으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DTI규제 완화는 금리 안정기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데 지금은 반대로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짙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실망감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DTI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이 급매물 해소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4·23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책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하지만 다주택 양도세 감면혜택이 연장되면 급매물이 줄어들면서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논리가 우선…“보금자리주택 정책 수정해야”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것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무관치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10년동안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한 뒤 지난 5월부터 보금자리주택 청약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내집마련 대기 수요자들은 민간분양시장보다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눈길을 돌렸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상언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해 공급량을 비정상적으로 늘림으로 인해 민간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황소개구리가 국내 들어오면서 토종 개구리가 사라졌듯이 정부의 잘못된 시장 개입이 부동산 시장 전반을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집값 급등기인 지난 1992년 8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11차례에 걸쳐 132조엔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수요가 움츠러들면서 미분양 아파트와 빈집이 넘쳐 나 집값 급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 대표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임대아파트 공급으로 돌려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고 각종 세재 혜택 등으로 통해 민간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27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28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 케이블TV 비즈니스앤 '비즈 &뉴스 브리핑'을 통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www.businesstv.co.kr> 영상편집 명수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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