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모씨(25세)는 얼마 전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판매가 135만원인 노트북을 63만원에 낙찰받는 행운을 안았다. 인터넷 쇼핑몰의 ‘천 원 경매’에 참여해 이런 월척을 낚은 정씨는 “마침 노트북을 바꾸려던 참이었는데 인터넷몰에서 100만원이 넘는 제품이 1000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고 해서 입찰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지만 마감시간까지 치열하게 재입찰을 거듭한 끝에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새 노트북을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천 원 경매’가 인기다. 1000원으로 경매를 시작해 마감 시간까지 최고가를 제시하는 입찰자에게 제품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인터넷 사이트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입찰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을 단돈 1000원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낙찰될 때까지 경쟁을 하는 스릴도 있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다른 이벤트에 비해 높은 고객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천 원 경매’에 제품이나 호텔 숙박 상품 등을 올려놓는 제조사나 업체측에서는 이같은 이벤트를 통해 고객 사은(謝恩)·상품에 대한 인지도 향상 등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최종 낙찰가격…실제 상품가격의 50~80% 선

‘천 원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단연 낙찰가가 최대 관심사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낙찰가에 근접한 가격을 제시해야 제품을 손에 쥘 확률이 높기 때문.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인터넷 쇼핑몰에서 1000원 시작가의 경매로 나온 150만원 상당의 TV는 ‘80만~110만원’, 80만원 상당의 노트북은 ‘40만~60만원’ 선에서 최종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옥션 홍보팀 박지영 과장은 “보통 천 원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실제 상품가격의 50~80% 선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기 디지털가전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경매방식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있어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옥션과 G마켓에서 진행하고 있는 ‘천 원 경매’에서도 LG LED TV(Xcanvas 42형), LG 디오스 냉장고, 쿠첸 전기밥솥, 삼성 디카, MSI윈드 노트북, 애플 아이팟터치, LG 벽걸이 에어컨, 삼성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디지털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아직 5일가량 남은 마감 기한에도 불구하고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급호텔’, ‘BMW’ 까지 천 원 경매 매물로

천 원 경매에 나오는 매물들은 디지털 가전뿐 아니라 고급외제차, 특급호텔 숙박권, 장뇌삼 뿌리 등 범위도 다양하다. 한 인터넷 쇼핑몰이 이번 달 말까지 진행하는 ‘숙박 최저가 경매 이벤트’는 ‘W서울워커힐호텔’, ‘부산롯데호텔’ 등 국내 대표 특급호텔 숙박권을 ‘천 원 경매’를 통해 제공한다. 1000원 경매시작가로 1원 단위의 가격으로 입찰하는 방식이지만 최고가를 제시해야 하는 기존 경매방식과는 반대로 마감시간까지 다른 입찰자의 제시 가격과 중복되지 않은 유일한 최저가 제시 입찰자가 낙찰받는 형태다. 운이 좋으면 3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호텔을 거의 공짜로 이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렇게 ‘유일하게 써낸 최저가’ 경매 방식을 통해 5년 전 롯데닷컴(www.lotte.com)이 창립 9주년 행사로 연 ‘BMW 최저가 경매 이벤트’에서는 한 30대 증권사 직원이 고급 외제차를 5393원에 낙찰받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 기존 판매가 40만~70만원가량의 전북 진안 장뇌삼 5뿌리와 정관장 지삼(뿌리삼) 28뿌리 등도 인터넷 쇼핑몰의 천 원 경매에 등장하기도 했고 2170만원의 쌍용자동차 SUV 액티언 등 시작가의 2만배가 넘는 초고가 제품들도 천 원 경매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허위 입찰’ 등 불만도 있어

천 원 경매가 맘에 드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경매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경매 특성상 최고 입찰가격을 제시한 사람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찰가가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처음부터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가령 1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이 1000원부터 입찰 개시되더라도 누군가 90만원을 제시하면 더 이상 경쟁의 의미가 없어진다. 또 여러 개의 제품을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입찰가를 올리면서 한꺼번에 낙찰을 받거나 허위 입찰가를 올리는 등의 장난으로 거래를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객 관심을 끌기 위해 ‘천 원 경매’ 등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좋지만 경매가 가진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11일 밤 9시50분,11시50분과 12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 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명수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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