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 표기부터 원산지 표기 위반까지 여전... 비양심 업주 왜 이러나
서울시내 유명 우시장과 먹자골목 등지에서 젖소를 한우나 육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사례가 비즈니스앤TV 취재결과 확인됐다. 젖소는 식용이 목적인 한우나 육우와는 달리 우유를 짜내는 암컷 소를 칭한다.비즈니스앤TV가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질관리원)의 ‘원산지 표기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한 결과 마장동 우시장 내 먹자골목과 서울 시내 음식점 밀집 지역에서 젖소를 한우나 육우로 둔갑시켜 적게는 2배, 많게는 6배까지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쇠고기 유통과정의 비리는 여러 번 지적돼 왔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우시장에서조차 젖소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업소가 적발돼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질 전망이다.
◆ 마장동 고기도 믿지 마세요!
지난달 말 품질관리원이 일제히 단속에 나선 서울 마장동 먹자골목. 쇠고기 마니아들에게도 유명한 Y식당은 지난 7월1일에서 20일까지 도매상을 통해 젖소 치맛살 120kg을 들여와 육우로 속여 판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식당은 값이 싼 젖소 고기를 비싼 육우로 속여 팔면서 하루 평균 26만원의 불법 이득을 챙겨왔다. 연간으로 따지면 1억원 가까이 부당이득을 본 것이다.
또 메뉴판에 적힌 호주산 구이용 갈빗살도 조사결과 미국산으로 드러났다. 관리원의 요구로 구입명세서를 살펴보니 호주산을 구입한 적이 아예 없었다. 결국 상습적으로 원산지를 속여 팔아온 것이다.
같은 시장 내 C식당의 경우는 메뉴판에 육우와 젖소의 치맛살을 다른 가격으로 표기해 놓고 실제 판매할 때는 같은 가격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 식당은 최근 몇 달 동안 육우 치맛살을 구입한 적이 없었지만 장부에는 육우만 판매했다고 속여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 식당의 메뉴판에는 젖소 1인분(200g)은 1만원, 육우는 1만5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C식당 업주는 "최근 장사가 안 돼서 비싼 육우 대신 젖소를 썼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3인분(600g)이라던 접시를 저울에 달아보니 400g에 불과했다.
고기를 속여 팔지는 않았지만 교묘하게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적어놓은 가게도 있었다. 서울 신촌의 한 유명식당에서는 젖소를 육우와 혼동하기 쉬운 ‘유우’로 표기해 영업하고 있었다. 육우의 ‘육’에서 받침을 고친 흔적이 여전했다.
◆ 단속권한, 도매상이나 정육점으로 확대해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식점의 쇠고기 식육 종류 표시 및 판매를 위반한 업소는 젖소가 한우로 바뀐 사례가 3건, 젖소가 육우로 둔갑된 사례가 21건이었다. 축산물위생교육원 장영수 교수는 "젖소와 육우, 한우는 가격 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둔갑 판매에 대한 유혹은 항상 있다"며 “판매업주나 도매상들의 도덕적인 의식이 중요하지만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축산물가공처리법상 젖소가 다른 종류로 둔갑되는 경우는 단속 권한이 각 지자체에 일임돼 있다. 농수산물품질관리원의 한 단속반원은 "식당에 한해서만 단속권한이 있기 때문에 도매상이나 정육점으로 추가 단속을 할 수 없어 수사의 맥이 끊긴다"며 "단속원들에게 전문 교육과 함께 추가 단속 권한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11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12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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