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보다 700만원 가격 인하
- 시승 후 실제 계약률 20% 넘어

"제가 서 있는 차량 뒷쪽에서 차량 전면부까지의 길이가 무려 5m가 넘어 그 위용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300C’를 배경으로 선 쇼호스트의 설명이 한창이다. “일반매장보다 무려 7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방송을 지켜보던 김현기씨(38·사업)의 손에는 어느덧 휴대폰이 쥐어진다. 올해 차를 바꿀 예정이던 김씨는 시승신청비 10만원마저도 최종 구매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돌려준다는 말에 바로 시승 신청했다.

국내 TV홈쇼핑에 수입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3년 무렵. 현대홈쇼핑이‘볼보’, CJ홈쇼핑(현 CJ오쇼핑)이‘포드’를 소개했다. 당시에는 TV홈쇼핑의 부흥기로,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이후 수입차는 TV홈쇼핑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2008년부터 다시 본격 등장했다. 그 사이 도요타‘캠리’와 GM‘CTS’를 비롯해 미쓰비시, 푸조, 크라이슬러, 포드 등 다양한 수입차들이 방송을 탔다.

방송 초기 수입차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시승 신청 건수는 매회 방송 때마다 500~600건에 달했다. 대부분은 계약 철회시 10~20 만원 가량 드는 시승비를 돌려준다는 규정에 호기심으로 신청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 계약률은 신청건수의 10%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계약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전환률’이 2배 이상 늘었다. 시승 신청 고객의 20% 내외가 차량을 구매하는 셈이다. 지난 달 9일 CJ오쇼핑을 통해 방송된 크라이슬러 300C(4280만원) 모델은 300여건의 시승 신청이 들어와 이 가운데 20%인 60여대가 판매됐다. 불과 1시간 방송에 2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영업사원 평균 판매량을 따져볼 때 50명이 한 달간 판매하는 대수와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홈쇼핑을 통한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지방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이다. CJ오쇼핑 김형준 문화사업팀 부장은 “시승 신청 고객의 60%는 수입차 전시장이 없는 지역의 고객들”이라며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수입차를 지방에서도 시승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쇼호스트의 설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쇼호스트의 꼼꼼한 설명을 통해 안방에서 큰 부담없이 수입차를 접할 수 있는 것도 홈쇼핑을 통한 수입차 판매의 강점“ 이라고 했다.

실제 계약률이 늘어나자 매출보다 홍보 효과에 치중했던 수입차업계도 잔뜩 고무된 입장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전시장 가격보다 700만원이나 인하한 차량을 방송에 선보이는 등 업체마다 전시장 구매조건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 이권희 마케팅 부장은 “직접 찾아가서 영업하는 경우에 들어가는 딜러 인건비, 판매수당, 차량 보관료 등을 절감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인하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업체는 홈쇼핑 방송과 더불어 아예 전시장에서도 같은 조건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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