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화려한 외관의 이면에는 여전히 넘쳐나는 ‘대일적자’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대일적자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과의 경제싸움에서 기업은 이기고도 지표에서는 매번 지는 이유는 왜일까.
일본은 이빨 빠진 호랑이? 그래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 경제는 지난 90년대부터 시작된 극심한 장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긴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은 여전히 세계 경제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최강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연간 특허 출원건수도 미국과 1~2위를 다툰다. 원천기술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최고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전자기업으로 부상했지만 사실 핵심부품과 원천기술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조립한 후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1등이지만 조립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의 집적화 능력, 핵심기술력 생산은 일본에게 뒤진다. 다시 말해 반도체, 휴대폰, 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제품이 세계시장을 제패하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장비재료 분야에서 부품ㆍ소재 수입 비중은 70~80%이며 반도체 장비에서도 78%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대일적자… 남 좋은 일 시키는 우리 기업?
올 상반기 대일적자는 181억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LCD 산업 등의 호황으로 일본산 자본재 수입이 급증한 반면 수출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우리 경제구조는 일본을 추격하면서 발달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일본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반면 제품 제조에 필요한 부품이나 소재, 장비는 대다수를 일본에서 수입해 대일적자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면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이나 소재들의 수요도 함께 늘 수밖에 없다“며 ”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적자도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윈윈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대일적자가 커지는 등 실상 남 좋은 일 시킨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부품ㆍ소재산업의 국산화와 수직계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산업구조가 더욱 고도화될 수 있으며 보다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이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 2일 지식경제부는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사업에 참여할 10개 컨소시엄의 220여 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잠정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사업단은 201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고 기업은 5조3000억원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컨소시엄 선정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결정됐다. 지경부는 중소기업 육성과 고용창출을 위해 동일 과제에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이 경합할 경우 수준이 비슷하면 중소기업에 가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우리 사회에선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지만 이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소기업 육성이 필요한 만큼 상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희정 박사는 “대일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품ㆍ소재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이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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