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결제대금 인출시간 제각각

＃회사원 김기천(가명·46)씨는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겨 출근길에 현금인출기를 찾았다. 카드를 넣자 잔액 부족으로 떴다. 분명히 전날 통장에 돈을 넣어뒀는데 잔고 ‘0’이라는 상황을 접한 김씨는 곧바로 은행에 전화했다. 은행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이미 새벽 2시에 카드 결제대금이 인출돼 잔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필요한 돈을 오전 중에 사용하고 오후에 카드 결제대금을 추가 입금하려던 김씨는 이날 낭패를 봤다.

적잖은 사람들이 김씨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카드 이용자들은 연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결제일을 통일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도 월말이 되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안하다. 카드사별로 대금 인출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결제 시간이 특히 민감한 문제다. 한 시간 먼저 돈이 나가는 것만으로도 생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인출시간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기자가 카드사들에 결제대금 인출시간을 문의하자 ‘잘 모르겠다’고 일관하다 마지못해 ‘대략 O시’라고 알려줬다.

비즈니스앤TV 취재 결과 은행계 카드회사인 A사와 B사는 은행업무가 끝나고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결제대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은행 카드사인 C사는 영업시간 중 수시로 잔액체크를 해 인출한다. 또 대기업 계열 카드사인 D사는 오후 2~5시 사이 1회 인출한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또 다른 은행계 카드사 E사는 새벽 0시부터 인출한 뒤, 영업시작인 오전 9시 이후에는 매 30분 간격으로 돈을 인출해간다. E사 관계자는 “인출날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출시간에 대해서는 딱히 고민한 적이 없다”며 “회사 방침이 그렇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보통 카드대금 인출은 결제일 전날 카드사가 은행에 데이터를 넘겨주면 결제일 당일 은행이 해당 고객 계좌에서 인출을 하고 그 다음날 은행이 카드사에 돈을 송금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과정에 많은 데이터와 전산업무가 포함되기 때문에 카드사별로 인출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과 카스사의 설명이다.

카드사 B사 관계자는 “많은 양의 고객 데이터를 무작위로 처리하다 보니 카드사별, 개개인별 인출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며 “또 은행마다 (업무처리) 우선 순위가 다르고 전산 결산 규모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는 천차만별인 카드대금 인출 시간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팀장은 “카드사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며 “카드대금 인출시간을 통일하는 등의 보완책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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