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안모(38)씨는 지난 5월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리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청담러닝’의 주식을 매수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 2만6000원에 달했던 주가는 1만6000원 대로 무려 40%나 떨어졌다. 김씨는 회사 실적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증권사는 여전히 이 곳을 매수추천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기업 리포트는 사실상 ‘투자 나침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리포트들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애널리스트 경력과 리포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 공시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 공시체계가 마련되면 이해관계나 눈치보기에 따른 매수추천, 잦은 이직 등과 같은 고질적 문제가 고쳐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도추천 제로, 기관 눈치보기 급급한 증권사 리포트
사실 증권사 리포트 관련 투자자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정보 접근성이 낮고 전문적인 분석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증권사 리포트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리포트를 전적으로 믿고 투자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원 정용수씨는 “증권사 리포트는 뒷북일 때도 많고 실적이 악화돼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팔라는 얘기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로 간의 이해관계나 기관들 눈치보기로 인해 국내 증권사에서의 매도추천 리포트들은 실종된 상황이다. 또한 일부에선 애널리스트 리포트들이 개인투자자보다 기관들을 위한 리포트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애널리스트 역할에 마케팅이 플러스가 되고 있다”며 “영업이 포함되다 보니까 엄밀한 의미에서 리포트에 준하는 견해나 판단을 기관에 사전서비스가 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사실상 현재 시장 구조에서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피력하긴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애널리스트 경력과 매수·매도 종목까지 한 눈에 확인
이 같은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투자협회는 일반투자자들이 리포트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 관련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애널리스트 및 리포트 공시체계’를 협회 홈페이지에 구축, 내달 9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공시체계는 애널리스트의 성명, 협회 등록번호, 소속 증권사명, 근무경력, 회사별 애널리스트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의 경우 각 증권사 고객에 한해 공개할 수 있도록 개별 증권회사가 공시화면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애널리스트가 향후 작성할 보고서와 공표일자, 매도 · 매수 추천, 원문 사본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투자자가 애널리스트와 리포트 관련 정보를 한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와 링크가 가능하다.
박병주 금융투자협회 증권본부장은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의 품질보단 인기 영합적이고 눈치보기식 리포트를 발간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정보공유를 통해 리포트들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박 본부장은 “공시체계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의 잦은 이직이 줄어든다면 증권사들의 건전한 인적자본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애널리스트들이 보다 철저히 검증된 리포트들을 선보이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 규제로 비칠 경우 ‘몸 사리기에 나설 수 있어’
일부에서는 리포트 공시의 경우 이미 증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내용이었던 만큼 한 번에 볼 수 있게 금투협에 모아놓았다는 의미 이상을 갖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또한 이번 공시체계가 자칫 규제로 비칠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양질의 분석자료를 내기보다 오히려 시류에 맞춘 리포트들을 내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이 기사는 28일 밤 9시50분,11시50분 과 29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 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영상취재편집 용민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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