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지역 대상으로 실험, 실연비와는 큰 차이
2012년 ‘도심 + 고속도로’주행 모드 도입키로

“자동차업체에서 주장하는 공인연비는 엉터리입니다. 그것 믿고 운전하다가 낭패 본 운전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예요.”

택시운전 23년째인 문영식(51)씨는 급가속, 급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경제속도를 유지하는 등 아무리 노력을 해도 표기된‘공인연비’(쏘나타 2.0 LPG 기준 10.9km/L)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공인연비’가 실제 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찾아간 충남 천안‘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는 곧 국내시장 출시를 앞둔 한 수입자동차 모델의 연비측정이 한창이었다. 차대 동력계에 올려진 차량은 저속주행에서부터 최고속도 91km/h까지의 고속주행을 수차례 반복했다. 총 주행거리는 약 18km. 1차 22분 주행 후 10분 휴식, 다시 8분 주행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가스를 이용해 차량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최용준 선임연구원은“자동차 배출가스 가운데 특히 탄소성분이 연비에 영향을 주로 미치며,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의 영향력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지난 1989년‘공인연비제’를 본격 도입한 우리나라는 이른바‘CVS-75'라 불리는 측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975년 미국 LA 도심지역의 교통 흐름에 국내 도로환경을 적용한 가상의 도심 지역을 일정시간 달리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상의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공인연비는 실제연비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는 2012년부터 기존 도심 주행모드에 고속도로 모드를 추가한 새로운 공인연비 측정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른바 ‘콤바인드 모드’라 불리는 이 측정방식은 현재 미국,일본 등이 적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노건기 에너지협력과장은“생산량의 60% 이상이 수출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을 감안해 국내 연비 측정방식을 세계 표준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과장은 또“현재 발생하는 공인연비와 실제연비의 차이는 공인연비를 도입한 세계 어떤 나라도 마찬가지”라며“운전자 혼란을 고려해 새로운 연비 측정방식이 도입되는 2012년부터 현실계수를 도입해 공인연비의 일정부분은‘실제연비’로 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고려 중인 ‘현실계수’에는 국내 운전자들의 평균적인 운전습관이나 노면상태, 도로교통상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 차량 출고시 부착되는 공인연비 스티커에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시 연비를 각각 표기하고, 기름값을 고려한 예상 차량 유지비 등의 정보도 함께 표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른바‘현실계수’도입으로 차량연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경우, 전체 자동차의 연비가 지금보다 지나치게 낮아져 자동차업계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이 기사는 8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9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http://www.businesstv.co.kr> > 촬영 편집 이상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