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팀 마일 스토리, 장애인 돕기 서울~부산 자전거 나눔 투어
JK성형외과ㆍ마일 스토리 완주 1천만원 기부…안면기형장애 수술에 활용
“장애인은 한 가지 불편함이 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우리와 같거나 오히려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이클 동호회 ‘마일 스토리’ 회원과 시각장애인 ‘탠덤 사이클(비장애인ㆍ시각장애인 2인승 사이클)’ 국가대표 김종규 선수(파일럿 김현호) 등 15명이 서울 잠실에 모였다. JK성형외과와 사이클팀 마일 스토리가 주최하고 조선일보 경제채널 비즈니스앤TV가 후원하는 ‘장애인 돕기 자전거 나눔 투어’를 위해서다.
비즈니스앤TV가 동행한 이번 투어에서 15명의 선수들은 나눔의 정신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대장정을 21시간 30분만에 완주해 냈다. 체감 일교차 30도, 페달을 밟느라 계속되는 무릎통증과 허벅지 근육통, 그리고 질주하는 차량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룬 결과다. 15명의 자전거 투어단은 제대로 된 식사도 없이, 휴식시간 5분의 쪽잠으로 몰려드는 피로를 버텨내며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성공했다.
자전거 나눔 투어단은 5일 0시 1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앞 뒤를 지켜주는 서포터즈 차량 사이로 힘차게 출발했다. 서울 도심을 지나는 동안 질주하는 차량들과 신호 때문에 평균 시속 20km 안팎의 속도 밖에 못냈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투어단의 발놀림은 가벼웠다.
투어단을 무심코 바라보던 차량들은 ‘자전거 나눔 투어, 서울~부산 500km'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서야 길을 양보해주기 시작했다.
도심을 벗어나 12번 국도변으로 진입하자 투어단의 페달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간혹 서포터즈 차량 앞으로 끼어드는 차들로 위험한 순간도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투어단의 페달은 거침이 없었다.
투어단이 밤새 달려 충북 충주 수안보에 다다를쯤 산 능선을 따라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을 더했다. 평균 시속 40km. 서서히 다리가 마비되는 듯 했지만 햇빛이 뜨거워지는 11시 전까지 최대한 많이 달려야 했다.
바나나와 물로 허기를 달랬던 투어단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11시 30분에서야 자장 컵라면과 닭가슴살 통조림 등으로 부족한 칼로리를 채웠다. 간단히 점심을 먹은 투어단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늘 아래 누웠다. 11시간이 넘도록 달려온 탓에 허벅지 근육이며 무릎, 엉덩이가 성한 곳이 없었다. 동행한 의사가 회원들의 지친 다리 근육을 마시지 했지만 뭉치기 시작한 다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대열을 정비하고 대구로 진입하면서 시각장애인 김종규 선수와 파일럿 김현호 선수의 동행에 제제가 걸렸다. 대구 시내 곳곳이 공사를 하고 있어 2명이 협력해 달리는 탠덤 사이클의 특성상 사고위험이 높기 때문이었다. 김종규 선수는 도심을 벗어날 때까지는 안전하게 차량으로 이동한 후 본진에 합류키로 했다. 이때까지 달린 거리는 서울 출발 후 230km 남짓.
오후 1시를 넘어서자 대구 지역의 기온은 32도를 웃돌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쉬지 않고 땀이 흘러내렸다. 도심의 도로는 곳곳이 경사 지대였다. 땀으로 옷을 적신 선수들은 농담처럼 “집 나오면 고생인데 왜 또 나왔나 모르겠다”면서도 “이제부턴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더위는 계속해서 투어단의 발목을 잡았다. 오전 12시 전까지만 해도 평속 40km를 유지하던 투어단은 대구지역에서부터는 평속 10km대로 떨어진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내리 3시간을 더 달려 경주시내에 들어선 뒤에는 준비해 온 파스와 진통제마저 바닥났다. 아스팔트 지열을 견디지 못해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나기 시작했고 이를 교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저녁 6시 45분 부산 사이클 동호회 팀들이 마중 나온 울산역에 도착했다. 460km를 달린 투어단과 마중 나온 부산 동호회팀은 포옹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부산 동호회가 준비해 둔 얼음물과 파스, 먹을거리로 허기를 달래고 통증을 참아냈다.
울산에서부터는 부산 동호회팀이 길을 안내했다. 쌩쌩한 부산 동호회팀을 따라 잡느라 이미 먼길을 달려온 팀원들의 발도 바빠졌다. 뒤처지는 팀원을 위해 옆에서 끌어주고 잡아주는 도움의 손길도 많아졌다.
서울을 떠난 지 21시간 30분만인 밤 9시 40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서울~부산 투어가 해운대에서 막을 내렸다. 15명의 선수 전원은 완주의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축하했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달렸지만 극한의 정신력으로 버티며 잔꾀없이 묵묵히 달린 스스로가 대견한 때문이었다.
투어단에 참가한 여성 회원은 “팀원 전원이 무사히 도착해 너무 기쁘다”며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지만 좋은 일에 함께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일 스토리팀의 주권 단장도 “15명 전원이 완주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 이번 투어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는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나눔 투어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대 모래사장에서의 파이팅을 마지막으로 투어단은 찜질방으로 이동했다. 이날은 시각장애인 김종규 선수의 생일이었던 것. 찜질방에서 간단히 몸을 씻은 뒤 이들은 김종규 선수의 생일과 전원 완주를 동시에 축하했다.
주권 단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JK성형외과는 이날 투어단의 완주에 따라 1000만원의 재원을 마련, 마일스토리팀 이름으로 안면기형 장애인을 위한 복지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기사는 8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9일 오전 8시20분, 9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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