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외환위기이후 6.5배 성장
‘보여주기’식 활동 많아…사회·기업가치 높이는 CSR 필요
국내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지출규모가 매년 두 자릿대로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양·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를 반영하듯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약 6.5배로 확대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지출 규모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고아원 방문 등 ‘보여주기식’ 위주의 사회공헌활동보다는 전략적 CSR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 사회공헌활동 강화…양·질적 성장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 국내 주요기업의 사회공헌비용 지출은 2조16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2007년에 비해 10.5% 증가한 수준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경제가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던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놀라운 실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규모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2008년 기준 세전이익대비 기업 기부금 지출 비중이 한국의 경우 1.83%인데 비해 미국은 1.68%, 일본은 1.39%에 불과하다.
손경숙 전경련 사회공헌팀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지출하고 있는 사회공헌 지출규모는 매출액의 0.28%로, 이는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며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상위 5대 기업의 경우도 미국의 기업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같은 단순기부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상당수가 ‘보여주기식’ ‘따라하기식’ 사회공헌활동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사회공헌 컨설팅업체인 플랜엠 김기룡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 공헌이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까 사회공헌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보여 주기식 위주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는 기업들도 새로운 CSR에 대한 위상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윤정준 LG전자 CSR그룹 대리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과연 우리 고객들에게는 어떤 마음으로 심어줄 수 있는가. 어떤 심상으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위에서 우리도 사회공헌활동하라고 지시하지만 이를 고민하고 전략을 세울 전담팀도 없어 동종업계나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 전략적 CSR로 업그레이드 돼야”
이런 기업 안팎의 CSR에 대한 고민들이 조선일보의 더 나은 미래팀과 조선미디어의 CS컨설팅&미디어 주최로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러브마크의 전략, CSR’에서 쏟아져 나왔다.
CS컨설팅 허인정 대표는 “기업이 아무리 좋은 사회공헌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참여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의 가장 큰 핵심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 이번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사회공헌활동 문제의 해결책으로 사회공헌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 설정과 접근 방식의 변화를 제안했다.
플랜엠 김기룡 대표는 “단순 기부나 자선방문 중심의 CSR을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CSR이 사회적 가치도 높이고 기업가치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CSR이란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면서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이나 단순 기부·자선행사를 치루면서 홍보에만 열중하는 PR과 구분되는 사회공헌활동을 의미한다.
또 사회공헌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타사의 활동을 벤치마킹하는 것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이며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일”이라며 “사회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스토리텔링 방식도 효과적인 사회 공헌활동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앤 컴퍼니 이상민 대표는 “사회공헌활동은 하나의 캠페인이나 아이콘화시켜 기업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게 중요하다”며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다른 대기업이 10년동안 매체광고를 통해 얻은 인지도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그 기업의 모든 활동 혹은 이미지 자체로 자리잡으면 고객들에게 조금 더 우호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며 “이를 기업과 고객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5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6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 케이블TV 비즈니스앤 ‘비즈 &뉴스 브리핑’을 통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영상편집 이상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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