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로 약 효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회사원 김민희(가명, 31)씨는 두 달 전 건강검진을 받다가 조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진행된 유전자검사 결과, 김 씨는 다행히 항암제가 잘 듣는 유전자형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항암치료 예후도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김 씨의 유전자는 ‘HER-2’.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이 유전자를 한 쌍씩 가진 정상인들과 달리 여러 쌍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 유전자에 대해 치료 효과를 가진 ‘허셉틴’이라는 약물이 개발됐기 때문에 치료 예후가 좋아진 것이다.
이처럼 특정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유전자 검사로 미리 확인하는 ‘약물반응 유전자검사’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약에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그 효과가 잘 나타나거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바로 약과 반응하는 유전자의 특성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약 처방에 앞서 유전자검사를 하면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투약 여부와 약의 종류, 복용량을 결정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약 처방을 한 뒤 효과 여부에 따라 다시 그 약을 쓸 것인지 다른 약으로 바꿀 것인지를 결정하는 식이었다”며 “이제는 처방 전에 유전자 검사로 해당 약이 개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처방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항암제에 머물렀던 이 유전자 검사가 최근들어 항우울제와 항응고제, 위궤양약 등 다양한 질환의 약 효과를 검증하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는 그 효능을 확인하기까지 6주간의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임상시험 결과로는 환자의 60%만이 이 약에 반응하기 때문에 결국 약이 듣지 않는 나머지 40%의 환자들은 6주 후에나 다른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이 경우 처방에 앞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면 효능과 부작용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항우울제를 적기에 또 빠른 시간 내에 처방받을 수 있다.
또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환자에게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적인 약처방을 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평생 복용한다. 와파린은 혈액이 묽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용량이 지나치면 출혈을 일으키고 반대로 용량이 부족하면 경색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를 통해 혈액응고수치(INR)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와파린 복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는 소화성궤양에 대한 치료제에도 적용된다. 위궤양약의 대표적 성분인 ‘오메프라졸’은 한국인들의 유전자 특성상 대사가 잘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외국인은 3~5%, 한국인은 약 20% 정도). 따라서 보통의 용량으로 복용하면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원 교수는 “현재 약 효과 검증이 가능한 유전자검사 종류는 30여개에 달한다”며 “꾸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감기약에 이르는 거의 모든 약에 이런 유전자검사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자 검사는 채혈 후 유전자의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이뤄지고, 빠르면 2일에서 일주일 이내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가격은 검사 유전자에 따라 검사 소요시간과 기술, 재료 등이 모두 달라 5만~30만원 정도이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사는 6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7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촬영 편집 신승엽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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