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송영길(宋永吉) 인천시장 당선자는 7일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 없이 입주하고, 아파트 건설은 최소화할 수 있는 특별법을 시행토록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6월 8일자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자 난감해진 재벌이 있다. CJ그룹이다.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서해안 굴업도에 골프장, 호텔, 요트장, 콘도미니엄을 지어 해상 리조트 '오션 파크'로 만들려던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송영길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 시절 굴업도 관광 개발에 대해 질문을 받고 "관광단지 자체는 몰라도 골프장 건설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굴업도를 야금야금 사들였다.

지금은 일부분만 빼고 거의 모든 땅을 다 사버렸다. 현재 가치로는 땅값이 100억원대 이상이라고 한다.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던 초기만 해도 재계나 인천 지역에서는 "정말 하려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에 없는 해상 리조트를 만들어 관광 수익을 올리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의도와 상관없이 "재벌이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자기 왕국을 건설하려는 것"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오만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런데도 CJ그룹은 관철했다. 따지고 보면 매입 자체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굴업도는 서해 섬 중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섬이 유명해진 이유는 1994년 중반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드는 곳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과 1년 만에 지층대가 지진에 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계획을 백지화했지만 그전까지는 뉴스의 핵심 단어였다. 단 유명세에 비해 규모는 작다. 행정 구역 이름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다. 넓이는 1.71㎢(51만7000여평)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덕적도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섬 전역의 둘레도 12㎞에 불과하다. 살고 있는 사람도 수십 명 이내다. 처음 CJ가 2007년 계획서를 내면서부터 반대와 찬성이 극명하게 갈렸다.

환경단체들도 반대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의 손이 잘 안 탄 지역이다 보니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매, 먹구렁이, 황조롱이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많다. 특히 골프장이 문제였다.

첫 계획서에 따르면 골프장 18홀이 0.5㎢(15만1000여평) 면적에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이는 섬 면적의 3분의 1쯤 된다. 산 깎고 나무를 상당 부분 베어내고 여기에 투숙객이 많아지면 바다가 감당할 수 없는 폐수가 흘러나온다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조사를 통해 환경부는 작년 8월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사업을 처음보다는 축소했다. 골프장은 18홀에서 14홀로 줄였고(면적은 동일), 호텔과 수영장도 반으로 줄였다.

게다가 문화재청은 올 4월 굴업도 옆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안 지형이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개발이 제한된다. 인천 지역에서는 사업성을 놓고 의문이 여전하다. 접근성 때문이다.

반면 옹진군은 찬성하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가 좋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의 약속대로 골프장을 안 세운다면 어떨까.

환경단체는 "골프장이 없다면 대규모 파괴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그나마 낫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없을 경우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고급 관광객을 못 끌어들인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