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6인이 말하는 하반기 우리 경제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7년여 만에 최고치인 7.8%를 기록하고 세계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민간, 국책 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경제성장에다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도 5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고용상황이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물 경제지표의 청신호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국내 경제 여건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반기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데다 물가불안, 유럽발 재정위기, 중국 긴축우려 등 위험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 6명이 바라보는 하반기 우리 경제 전망을 정리했다.

◆ 금융시장 불안감 여전, 하반기 국내경제 적신호

수출호조와 민간부문의 내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지난 연말 4%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던 경제연구소들이 최근 전망치를 5%대로 상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6%에 육박하는 5.9%의 성장을 예고했고 삼성경제연구소(4.3%→5.1%), LG경제연구소(4.6%→5.0%), 한국경제연구원(4.2%→4.6%) 등도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하지만 1분기 높은 성장률에 비해 하반기에는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상반기 수출과 투자 증가를 이끈 반도체 경기 상승세가 하반기 들어 약해지고 금리, 원자재 가격, 원화가치가 높아지는 '3고 현상'으로 소비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전망' 자료를 통해 1분기에는 중국의 고성장 등으로 세계 경제가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에는 남유럽 재정문제 여파, 민간부문의 취약한 자생력 등으로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 '상고하저' 모양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선임연구위원도 "그리스와 유럽 자금지원 방안이 마련됐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팽배한 데다 중국이 연내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경제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의 고실업이 장기화 되고 소비심리 또한 정상회복기에 큰 폭 미달이며 주택경기 회복도 지연돼 대외여건을 한층 악화시키고 있고 유럽 재정 리스크, 중국 긴축 강화 등이 수출 모멘텀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하반기 출구전략 본격화 “금리인상 신중해야"

상반기 고용과 소비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하반기에는 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윤기 대신증권 경제조사실장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받았다"며 "장기간 저금리상태 지속에 따른 부작용 해소와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올 3분기 중 인상이 단행 돼 연내 2.7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경기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금리인상 등은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이 예상되지만 대외 여건이 불투명한 만큼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있는 위기대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고 이후 경기 상황, 물가 및 자산가격 불안 여부를 판단해 금리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반기 물가불안 확대 "공공요금이 오름세 주도"

1분기 민간소비는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가계지급이자 부담 증가와 소비심리 하락세로 인해 연말까지 둔화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그 동안 소비회복을 견인했던 승용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소득층의 추가적인 소비증가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원인이 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물가상승률은 국내 경기 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증가해 3.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연구소들은 상반기에 2.7% 대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은 하반기에는 3% 중반대로 올라가며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그 동안 억제되었던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물가오름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고 그 동안 안정세를 지속하던 서비스가격 오름세도 확대될 것이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의 주요 판단 근거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 2.7%, 3분기 3.3%, 4분기 3.7%로 점점 높아져 출구전략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고용시장 회복세...어려움 재발 가능성 있어

지난달 취업자 수가 5년여 만에 최대치인 40만 1000명 늘고 4%를 넘었던 실업률도 3%대로 떨어지면서 고용 시장의 회복세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올해 신규 일자리도 30만개 이상 늘어나는 등 취업자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초 실업자가 급증한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구직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라면서 "3,4월에 가시적인 고용회복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하반기 다시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재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기흐름과 재정여력이 약화되고 고용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희망근로사업이 종료되면 하반기 실업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20대 청년층의 4월 고용률은 58.4%로 지난해 보다 더 떨어졌고 고용계약 기간 1년을 웃도는 상용직 취업자 수는 78만 이상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여전히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내증시 "3분기까지 조정...연말로 갈수록 상황 좋아져"

국내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출구전략과 중국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 유럽발 금융위기 등이 계속 악재로 작용하면서 3분기는 조정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연말로 갈수록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지수는 1500~1850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1750선이 적정 지수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수는 3분기 후반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회복, 연말경 가파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3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들의 주식,채권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1050~1070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기사는 18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19일 오전 8시20분, 9시50분에 비즈니스앤TV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촬영편집 박영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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