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요즘 물건 구입하면서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아직도 신용카드를 거부하거나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를 강요하는 가게가 적지 않습니다.
업주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은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 자>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1억 699만장.

경제활동인구 1인당 4.4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카드는 현금보다 더 선호하는 결제수단이 됐지만 카드 결제 거부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결제 거부 유형으로 "현금을 내면 10% 정도 깎아준다"는  일명 '현금할인'.

버젓이 문 앞에 '현금할인'이나 '카드사용불가'를 붙여놓고 영업 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현금을 내더라도 현금영수증을 요청할 경우는 할인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상점주인들은 수수료를 비롯해 이것 저것 빠져 나가는 게 많아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윤지연 (가명.31세)/의류가게 운영]

하지만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것은 2.5~3.5%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보다 매출을 숨길 수 있다는 데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카드로 결제하면 소득이 국세청에 등록 되기 때문에 부담해야 할 부가세 등 세금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

현금가격과 카드가격을 따로 받는 이중가격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고가 전자기기 판매업체의 한 직원은 "일부러 카드 가격을 정상가보다 높게 가격표에 적어놓고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합니다.

카드 단말기가 고장이 났다거나 새로 오픈 해 단말기를 설치하지 못했다며 은근슬쩍 현금결제를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소규모 점포에서부터 학원,휘트니스센터,자동차 정비업체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이러한 영업은 자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임플란트와 라미네이트 등 고액의 진료비를 받는 치과나 각종 고액 성형시술이 이루어지는 성형외과,피부과 등에서 파격적인 할인을 통한 현금사용 유도는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인터뷰녹취: 치과 관계자]

이런 식으로 전문직과 자영업자들은 소득파악이 어려워지면서 전문직 고소득자의 소득 탈루율은 해마다 5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부는 조세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30만원 이상의 진료비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 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시술 단가를 30만원 미만으로 내리거나 분할 계산 등을 통해 여전히 행태를 지속하고 있어 탈세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가맹점이 카드 거래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부터는 카드결제 거부로 3회 적발되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는 '삼진아웃제'도 시행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고발해야 하고 동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촬영하지 않는 이상 입증도 어려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업주들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김정자/ 소비자모임 실장]

전문가들은 카드결제,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상점을 신고해도 행정지도만 되풀이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관리감독기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앤 임은경입니다. [ek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