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골드만삭스 임원진 이메일 내용 공개
서브프라임 붕괴 이전 익스포저 축소 등 드러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업은 완전히 죽었다. 불쌍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07년 1월, 패브리스 투르 부사장은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여자친구에게 보냈다. 당시 모기지 연계 증권 거래를 담당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확장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위험을 알면서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대한 베팅을 기반으로 하는 합성 부채 담보부 증권(CDO)인 `아바쿠스(Abacus) 2007-AC1`를 설계했다. 그는 해당 상품에 대해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개념적이고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도중에 망가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마치 주인에게 반격한 프랑켄슈타인 같다"고 이메일에 썼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분과 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골드만삭스 고위 임원진들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 내용은 오는 27일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골드만삭스 경영진이 참석하는 상원 청문회에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에는 골드만삭스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를 인지하고서도 그와 관련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았음이 명백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니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06년 12월 14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에 대비해 매니저들에게 익스포저를 줄일 것을 지시했다. 스파크스 모기지 사업부 사장 역시 2007년 2월 22일 모기지 관련 부서에 노출을 줄이고 모기지 연계 증권 수백억 달러 어치를 판매, 현금화할 것을 주문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된 뒤 큰 이익을 올린 점을 치하하는 내용도 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11월 18일 "모기지 상품에서 손실이 나긴 했지만 공매도로 손실 이상을 만회했다"면서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썼다.

이는 CDO 설계에 폴슨앤코가 참여했으며, 이들이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데 집중됐던 조사범위가 보다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미 증권거래감독위원회(SEC)와 의회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객들을 의도적으로 안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해 왔다. 칼 레빈 미 상원 분과위원회 의장은 투자은행들을 "위기를 촉발하는 위험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계획하는 자들"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주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공매도 포지션과 관련해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을 뿐이며 붕괴를 예상치 못했다"고 강조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이메일 공개와 관련, "공개된 이메일 내용은 너무 선별적"이라면서 "2000만 건에 달하는 문건 가운데 일부만을 선별한 것은 위원회가 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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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기자